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파멸을 맞이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고성과 언쟁을 주고받았다”며 “트럼프는 시종일관 젤렌스키에게 훈계하고 욕설하며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전쟁도 아닌 ‘특수군사작전’에서 당신은 패배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한다면 당신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또 “이제 지쳤다. 나는 이 전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전장 지도를 내던졌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받기 위해 백악관에 온 젤렌스키는 지난 2월의 파국 정상회담을 다시 겪은 셈이다. 젤렌스키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약속받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거부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승인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주말을 보내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포기가 논의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그들(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이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전선에서 (교전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분할된 대로 두라. 러시아는 이미 그 땅의 78%를 점령했다”며 “향후 (영토 반환을)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