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에서 63년 사이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 목회자들의 은퇴가 눈앞에 다가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에 따르면 이 연령대 목회자는 약 6600명으로 교단 전체 목회자의 30%에 달한다. 향후 10년간 소속 목회자 7800여명의 은퇴가 예정돼 있어 예장합동 소속 교회 66%가 새로운 담임목사 청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대표 지용근)가 목회자 세대교체기를 맞아 20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청빙, 교회의 미래를 좌우한다’ 세미나를 열고 교인 인식 조사 결과와 새로운 청빙 모델을 제시했다. 지용근 대표는 “청빙을 준비해야 하는 교회는 늘어나는데 청빙 절차와 매뉴얼은 제각각인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청빙 실태와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교인들은 담임목사 후보자 평가 시 이력보다는 성품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청빙 후보자에게 가장 바라는 조건은 성품이었다. 1순위와 2순위 답변을 합쳐 절반 이상인 54%가 선택했다. 이어 ‘목회 철학과 비전’(36%) ‘성도들과의 소통능력’(31%)이 중요했고, 상대적으로 ‘설교 능력’(26%)은 순위가 낮았다(그래픽 참조).
특히 ‘학위는 상관없다’(79%) ‘대형교회 목회 경험이 없어도 된다’(81%)는 응답이 높았다. 지 대표는 “많은 부교역자들이 박사 학위가 있어야 청빙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성도들은 학위에 크게 중요도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또 ‘교회의 전통 계승 발전’(23%)보다는 ‘새로운 변화 발전’(69%)을 이끌 인물을 원했다. 선호하는 연령대는 50대 초중반(38%) 답변이 가장 많았다. 리더십 유형 역시 ‘카리스마형’(13%)보다 ‘수평적 리더십’(81%)을 선호했다. 바람직한 청빙 방식으로는 목회자(60%)와 성도(58%) 모두 ‘공개 모집’보다 ‘교회 내·외부의 추천’을 선호했다. 목데연은 성도 1000명과 별도로 목회자 500명도 조사를 시행했다.
청빙위원회 구성 시점은 ‘담임목사 은퇴 전 1년~6개월 사이’(31%)가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 성도들 사이에 많았다. 교인 의견 수렴 방식으로는 ‘설교 청취 후 투표’(44%)를 가장 선호했다. 최종 설교 평가에 오르는 후보자 수는 평균 3.3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청빙위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성도 76%가 긍정적이지만, 목회자들은 찬성(48%)과 반대(44%)가 팽팽하게 맞섰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청빙을 결혼에 비유하면서 “청빙 절차는 향후 교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교인들 간 파벌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표 결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향후 청빙된 목사를 지지하지 않는 교인들이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교인들의 기대와 실제 평가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 교수는 “교인들은 인품과 비전을 원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청빙 과정의 마지막은 후보자의 30분 설교 한 편으로 결정하는 경연 방식”이라며 “어느 목사든 잘하는 설교 하나쯤은 다 갖고 있는데, 그것으로 그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빙을 20~30년 만에 한 번씩 하다 보니 교회 안에 매뉴얼도 경험자도 없다”며, “권한을 위임받은 청빙위원회가 합리적 절차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구 지구촌교회 장로는 경기도 성남과 용인 캠퍼스를 합쳐 청빙위원회 대신 미래준비위원회를 만든 사례를 설명했다. 이 장로는 “파벌이나 특정 의견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신된 교인 리더 그룹 중에서 제비뽑기로 19명의 위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장로 권사 집사뿐 아니라 청년 세대까지 위원회에 포함됐다. 그는 “타이머를 두고 모든 위원에게 동등한 발언 기회를 부여해 수평적으로 논의했다”며 “청빙 과정에서 다음세대의 참여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