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1, 2차 회담을 했다. 2019년 6월엔 판문점 회동도 있었다. 그런데 세 곳 외 양측이 선호한 장소는 따로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따르면 1차 때 북한은 판문점을 원했지만 미국이 거부해 기차로 갈 수 있는 몽골 울란바토르를 다시 제시했다. 하지만 몽골엔 경호에 좋은 호텔이 1곳 뿐이라며 미국이 또 거절했다. 북한은 미국이 거길 쓰고 자신들은 게르(텐트)나 기차에 머물겠다고 했지만 안 받아들여졌다. 대신 미국은 마러라고 리조트, 하와이, 제네바, 싱가포르를 제안했다. 북한은 4곳 다 자체 비행기로 갈 수 없다고 버티다 결국 싱가포르를 수용했다. 이런 사정을 거친 양측은 2차 땐 북한이 기차로 갈 수 있는 하노이로 합의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내주 방한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지 주목된다. 미 방송사가 판문점 회담 가능성 때문에 임진각의 카페를 예약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판문점이 우선 거론되지만 만약 한반도 주변에서 만난다면 다른 장소도 없지는 않다.
1차 때 중재자였던 한국은 미국이 판문점을 거부하자 평양을 제시했다. 그러자 미국은 “평양은 다음에”라고 답했다. 이후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 있는 미 기업의 인천 소재 골프장을 제안했지만 또 거부됐다. 2차 땐 더 뜻밖의 장소가 논의됐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하노이로 정해지기 전 원산 앞바다에 미 항모를 띄워 선상 회담을 하는 방안이 추진되다 무산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정부에 따르면 북·미 회담이 열릴 기미는 아직 없다. 하지만 뭐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두 정상의 성격상 깜짝 만남도 배제할 순 없다. 우리로선 깜짝 이벤트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한반도 평화에 더 도움이 되기에 회담 가능성에 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아무리 북·미 간 만남이라 해도 한국 정부가 회담 조율 막판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