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정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남은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0일 “낙관도 비관도 아닌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막판 쟁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 있어 각 부처와 심도 있게 검토해서 추가로 더 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남은 과제는 대미 투자패키지의 현금 비중과 투자처 결정, 투자로 발생할 수익의 배분 구조 등이다. 미국은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대미 투자패키지의 상당액을 현금·선불로 채워넣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외환시장 불안정을 무기로 방어하고 있다.
지난주 일제히 미국을 방문한 김 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대미 협상단은 투자패키지 내 현금 비중을 낮추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대출·보증 비중 증가와 연간 최대 300억 달러 분할 투자 등을 미국이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협상의 성패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
약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펀드의 투자처를 누가 정하느냐를 놓고도 한·미 간 막판 기싸움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미 투자펀드 규모가 500조원에 달하는데, 투자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용납하기 힘들 것”이라며 “미국이 만약 시골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우리 투자펀드를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게 놔둬야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은 투자펀드의 투자 결정권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대미 투자패키지의 용처가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설득 중이다.
투자로 인한 수익 배분도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의 최종 관문 중 하나다. 미국은 일본처럼 대미 투자펀드의 투자금 회수 이후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투자 수익 배분이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한민국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펀드인데, 원금 회수 이후라도 수익이 발생한다면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