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질적 진전 있었다는 한·미 관세협상, 방심은 금물이다

입력 2025-10-21 01:10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여한구 통성교섭본부장이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지난 19일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율이 필요한 쟁점이 한두 가지 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출국 당시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던 것보다 한 걸음 나아간 발언이다. 얼마 안 남은 한·미정상회담을 고려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 3개월여간 관세협상이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협상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 ‘통화스와프 등 안전 장치 마련’에 대해 일부 진전이 엿보인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협상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양국 의견이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 외환안정기금 프로그램을 통한 원화·달러 간 맞교환 아이디어가 제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재원 조달과 관련, ‘10년 장기 분할’(한국)과 ‘선불(up front)’(미국) 사이에서 타협점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전히 선불을 고집하며 압박을 늦추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이 관건인 셈이다.

우리는 유럽연합(EU), 일본과 비슷하게 지난 7월 말 관세협상 타결을 발표했음에도 세부 이견으로 홀로 합의문 서명에 이르지 못했다. 그 여파로 대미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미 측의 전액 현금 지급 주장이 무리인 건 맞지만 우리 역시 ‘대출·보증 조달안’만 고집하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다 난관에 봉착했다. 외교 협상에서 플랜B도 없이 우리가 보고싶은 것만 보려 한 건 문제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합의안에 서명하기 전까지 어떤 예단도 갖거나 노출시켜선 안 된다. 남은 쟁점의 이견을 속히 해소하되 국익 우선이라는 원칙은 철저히 지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