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신라 시대 장수·시종 추정 ‘순장 유물’ 첫 출토

입력 2025-10-21 02:02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의 매장 당시 상상도. 30세 전후의 신라 장수로 추정되는 무덤 주인(흰색) 아래쪽에 그의 시종으로 보이는 순장자(회색)가 부장품과 함께 묻힌 모습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약 1600년 전, 초기 신라의 장수와 그의 시종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나왔다.

국가유산청은 경주시와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일환으로 추진하는 황남동 120호분 적석목곽분(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을 조성한 신라 특유의 무덤) 밑에서 이보다 이전 시기에 조성됐던 목곽묘(황남동 1호 목곽묘)를 새롭게 확인해 출토된 유물과 학술적 성과를 20일 언론에 공개했다. ‘황남동 1호 목곽묘’로 명명된 이 신라 무덤에서 인골 2구가 나온 것인데, 신라 무덤에서 인신공양 흔적을 보여주는 인골이 나온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무덤 주인과의 관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순장 유물이 출토된 것은 처음이라고 국가유산청은 밝혔다.

‘황남동 1호’로 명명된 새 목곽묘의 봉분은 동서로 10.6m, 남북으로 7.8m 규모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측은 “120호분은 왕국 초기인 마립간 시기에 조성됐다. 황남동 1호분은 이보다 이른 시기, 즉 신라가 부족 국가에서 왕국으로 넘어가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전반에 무덤이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라의 무덤 양식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변화하는 전환기적 요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무덤은 시신이 매장된 주곽과 생전 사용한 물품을 묻은 부곽으로 구성됐다.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에서는 생전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귀걸이 1쌍과 고리 자루가 붙은 큰 칼(環頭大刀·환두대도), 치아 조각 등이 발견됐다. 치아 마모 상태로 봐서 30세 전후로 추정이 됐다.

또 부곽에서는 사람과 말의 갑옷과 투구, 금동관 파편 등이 나와 무덤 주인공 신분은 장수로 추정됐다. 특히 물건을 묻는 부곽에서 인골이 양호한 상태로 출토된 것은 순장자가 있었음을 뜻한다. 이는 무덤 주인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시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돼 당시 신라 지배층 권력의 세기와 사회 위계를 엿볼 수 있다.

말이 착용하는 갑옷인 마갑(馬甲)이 나온 건 경주 쪽샘지구 C10호에 이어 두 번째다. 국가유산청은 “중무장하고 말을 타고 싸우는 무사 즉, 신라 중장기병(重裝騎兵)의 실체와 함께 5세기 전후 신라의 강력한 군사력과 지배층의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또한 목곽묘 내부에서는 신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 일부가 확인돼 신라 지배층의 금속 공예 기술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주곽에서 ‘△’ 또는 ‘凸’ 문양을 투조(透彫·소재의 면을 도려내어 문양을 나타내는 금속공예 기법)한 조각 여러 점이 나왔는데, 이는 고구려 금동 장식과 비슷해 고구려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발굴한 유물 일체와 발굴현장을 ‘2025년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특별히 국민과 APEC 방문객에게 최초로 공개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