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유세 인상, 재산세 개편 실패한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야

입력 2025-10-21 01:20

독일이 올해 1월 단행한 재산세 개혁이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닥쳤다. 개혁의 핵심은 서독 1964년, 동독 1935년 기준으로 매겨오던 부동산 과세 기준을 2022년 시세로 전면 재평가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인구 고령화로 취약해진 지방재정을 보완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혼란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등 대도시 단독주택의 재산세가 평균 135% 급등하면서 위헌 소송이 잇따랐다. 조세 형평성을 내세운 개혁이 오히려 조세 저항을 촉발한 것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주거용 건물의 세 부담을 낮추는 등 보완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연방·주정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조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보유세 인상 카드를 거론하면서 한국에서도 재산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독일 사례는 ‘선의의 개혁’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문재인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유사한 개혁을 시도했다. 그 결과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고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 등을 우려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집값 폭등이란 역효과를 낳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증세 방향이 ‘문재인 시즌 2’ 우려를 낳는 이유다.

재산세 개편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집값 급등보다 과세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인구 고령화로 지방자치단체 재정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개편의 명분이 타당하더라도 과정이 조급하거나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형평성 회복’이란 이름 아래 세율만 손보면 또 다른 불균형을 낳게 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지역별 세수 편차, 고령층의 납세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 ‘부자 증세’보다 중요한 것은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과 예측 가능한 제도다. 독일의 혼란과 문재인정부의 실패는 그 사실을 일깨운다. 대출억제와 세제 강화 등 규제 일변도 정책보다 시급한 것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