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10월 22일] 가나의 혼인 잔치

입력 2025-10-22 03:07

찬송 :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314장(통511)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요한복음 2장 1~12절


말씀 : 예수님의 공생애 첫 표적은 왜 잔칫집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요한복음은 기적을 표적이라고 합니다. 단지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 예수님이 누구신지 가리키는 표지판입니다. 가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예수님은 물로 더 좋은 포도주를 만드셨습니다. 이는 ‘나는 너희의 신랑이다. 너희의 기쁨이 끊어졌을 때 내가 채운다’는 선언입니다.

유대 혼인 풍습에서 잔치 마지막 날 신랑은 신부에게 포도주잔을 내밀며 언약을 청했습니다. 신부가 그 잔을 받아 마시면 혼인이 성립됩니다. 그래서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언약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입니다. 그 지점에서 예수님은 돌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시고(정결 예식에 쓰이던 물), 그 물을 포도주로 바꾸십니다. 정결(깨끗함)에서 언약(사랑)으로, 의식에서 생명으로 옮겨 가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찬을 봅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포도주로 시작돼 포도주로 완성됩니다. 첫 사역은 잔칫집의 포도주, 마지막 식탁에서는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눅 22:20)이라 하셨고, 십자가 위에서는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 “다 이루었다”(요 19:30)고 하셨습니다. 성찬 잔은 오늘도 우리 앞에 놓인 신랑의 청혼입니다. 표적의 핵심은 순종에 있습니다. 하인들은 이해보다 순종을 택했습니다. 물을 채우라는 명령은 잔치의 위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보였지만 순종의 발걸음 위에 기적이 놓였습니다. 우리도 신앙의 현장에서 포도주를 원하지만 주님은 종종 ‘물을 채우라’ 하십니다. 설명보다 순종, 계산보다 믿음, 감정보다 결단을 요구하십니다. 그때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9절)는 고백이 우리 것이 됩니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10절)입니다. 세상 잔치는 처음이 좋다가 점점 싱거워지지만 주님의 잔치는 반대입니다. 주님과 동행할수록 은혜는 깊어지고 사랑은 새로워지며 순종은 더 달콤해집니다. 혹시 우리 신앙이 처음보다 옅어지고 습관이 됐다면 오늘 성찬 앞에서 묻습니다. 나는 여전히 주님의 잔을 기쁨으로 받고 있는가. 주님께 지금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가. 사랑에는 과거완료가 없습니다.

말씀은 이렇게 우리를 나눔으로 이끕니다. 표적을 본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11절)고 했습니다. 믿음은 마음속 느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나에서 가버나움까지(2:12) 걸어 나가 삶의 자리로 옮겨갑니다. 성찬은 모여 마시는 잔이지만 흩어져 나누는 삶으로 완성됩니다.

기도 : 주님, 포도주가 떨어진 우리의 빈 독에 새 포도주를 채워 주옵소서. 설명보다 순종을, 습관보다 사랑을, 계산보다 믿음을 선택하게 하시고 성찬의 은혜를 삶의 나눔으로 흘려보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박요한 서울 송정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