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도심에 있는 진베이 팰리스 호텔 카지노. 범죄단지(웬치) 배후로 의심받는 프린스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12층 규모의 5성급 호텔 내부에 있는 이 카지노는 번쩍이는 금빛 인테리어로 시선을 끌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여권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현지 일부 카지노는 미성년자 출입을 포함해 불법 도박이 가능한 ‘무법지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팰리스 호텔 건물은 객실용 엘리베이터보다 카지노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카지노 내부엔 중국인들이 다수였지만 곳곳에 한국인들도 보였다. 룰렛 게임을 하는 한국인을 지켜보던 현지 카지노 직원이 “다음번에는 성공할 것(Next time you will be successful)”이라며 영어로 고액 베팅을 권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시아누크빌 내 복수의 카지노를 취재한 결과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현지 카지노 영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 못지않은 분위기였다. 업장에선 영어,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 공지를 함께 올려두거나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는 등 한국인 모객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카지노 대부분은 입구에서부터 한국인으로 보이는 고객에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한 카지노 내부엔 ‘이벤트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베팅하고 레벨에 진입하면 보상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한국어 공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공지문 하단의 QR코드로 접속하자 고수익 사례를 소개하며 베팅을 유도했다. 한 카지노 관계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배치한 전용 테이블도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한 호텔 카지노에서는 한국인 중 일부가 도박 관련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베팅액을 받아 대리 베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였다.
카지노에 대한 현지 규제는 전무한 수준이었다. 손님의 여권을 확인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 마카오, 싱가포르 등 도박 사업으로 유명한 주요 국가 카지노에서 신분증으로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 현지 주민은 “보이스피싱, 스캠 등과 관련한 범죄자금이 들어오면서 (부도덕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 내부에서 대출까지 알선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지 교민들은 중국계 범죄조직들이 이런 식으로 대출까지 받고도 빚을 갚지 못한 한국인들을 웬치로 끌고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아누크빌 내 카지노 상당수는 웬치로 추정되는 부속 건물을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한 현지 주민은 “카지노 내부에서 바로 대출까지 가능하다 보니 도박하다가 재산을 탕진해서 웬치로 잡혀들어가는 경우가 감금당하는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어느 카지노는 2, 3층에 비공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엔 빚을 갚기 위해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아누크빌=글·사진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