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까지 주택구입 혼란… 대출은 ‘바늘구멍’

입력 2025-10-20 02:02
19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급전세 물건 시세가 게시돼 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에 대해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이 발생한다. 해당 지역에선 내년 말까지 아파트 등을 매수할 때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A씨는 지난 15일 동대문구에 있는 15억원짜리 아파트를 갭투자(전세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으로 구매하는 것)하기로 하고 신용대출을 받아 계약금 1억5000만원을 마련했다. 계약금 이체가 다음 날 새벽 처리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은 사람은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구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잔금일 전까지 신용대출을 전액 상환해야 하는 그는 급전을 구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0·15 대책에 따라 20일부터 서울 전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대출 현장에서는 A씨와 같은 실수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10·15 대책에 담긴 대출 규제의 핵심은 6억원이던 규제 지역 내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줄이는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 고가 주택으로 이사하려던 실수요자는 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B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20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하려다 주담대 한도가 2억원 줄어들어 이사를 포기했다. 서울 송파구 내에서 28억원대 아파트로 집을 넓히려던 40대 C씨도 주담대 한도가 4억원 줄어 이사를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와 처분 조건부 1주택자의 주담대 LTV는 70%에서 40%로 깎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반영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도 기존 연 1.5%에서 3%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연 소득 5000만원 직장인의 대출 한도가 최대 4300만원(금리 연 4%,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기준) 줄어들었다. 고가 주택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대출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이 상당 부분 감소한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A씨 사례는 금융결제원 공동망 전산 점검 때문에 발생한 특이 케이스”라면서도 “10·15 대책에 담긴 주담대 LTV 축소, DSR 규제 강화 때문에 영업점 행원과 상담 후 내 집 마련이나 이사 계획을 접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개인 차원의 규제와 관계없이 은행권의 대출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제 탓에 각 은행이 창구에 빗장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1~12월 영업점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묶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까지 대출 모집인(상담사)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하나은행도 다음 달 실행분까지는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접수가 불가능하다. NH농협은행도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한도를 매달 관리하고 있는데 다음 달 실행분은 한도가 소진됐고, 12월은 한도가 정해지지 않아 접수하지 않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