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됐다가 송환된 한국인 64명은 현지에서 감금·폭행 등을 당한 정황이 일부 있더라도 국내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자발적 범죄 가담 여부, 저항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범죄 혐의 적용과 처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단순히 출입이 통제되거나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정도의 폭력·협박이 있었다면 ‘강요된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범죄단지의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 상담원으로 일해 범죄단체 가입 등의 혐의를 받은 20대 김모씨가 이 같은 사례에 포함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김씨에게 최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업무시간 외에는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고 외출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정형)도 주식 리딩방 형태의 사기 조직에 법인 계좌를 제공·관리한 A씨에게 사기죄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자발적으로 캄보디아로 출국, 본인 명의 법인 계좌를 수금 창구로 제공하고 계좌 관리 등 역할을 수행했다. 이 조직은 57명으로부터 약 104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외출과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으며, 함께 있던 피해자가 2~3일 만에 도주한 사례도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주말 외출이 가능하거나 구조 요청 등 탈출 수단이 있었던 경우에는 자발적 범죄 가담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조직에 들어간 뒤) 업무 중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피살된 대학생 박모(22)씨가 출국하는 데 직접 관여한 대포통장 모집 조직 주범 20대 B씨는 이날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에 대한 부검이 20일 오전 9시(현지시간) 프놈펜 소재 사원에서 캄보디아 수사 당국과 공동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찌어 뻐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은 20일 경찰청에서 만나 코리안데스크 설치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찬희 차민주 김재산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