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수십년 무단 점유 즐비한데… 무기력한 캠코

입력 2025-10-20 00:43

국유재산을 도맡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유재산을 수십년씩 무단으로 점유하는 ‘악성 무단 점유’ 사례가 즐비함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대집행을 통한 철거 등 조치도 실거주자가 있으면 손을 쓰지 못하는 등의 한계 때문에 좀처럼 활용 사례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캠코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전국에서 무단점유되고 있는 국유일반재산은 총 4만1524필지로 면적 합계가 13.572㎢다. 무단점유가 장기화된 비율도 높다. 구체적인 점유 기간·면적·점유자 등이 파악된 2만1154필지 중 82.9%(1만7406필지)는 무단점유 기간이 5년 이상이었다.

무단점유가 20년 이상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캠코가 제출한 ‘별도 장기 점유 사례’에 따르면 늦어도 2005년 이전부터 무단점유가 시작된 국유재산은 최소 20곳 이상이다. 대표적으로 부산 남구 우암동의 50㎡ 필지는 1988년부터 개인 소유의 무허가 주택 부지로 활용되고 있다. 같은 해 무허가 주택이 들어섰던 부산 영도구 봉래동4가의 26㎡ 필지도 도중 4년간(2007~2011년)만 대부계약이 체결됐고 나머지 기간은 전부 무단점유가 이뤄졌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76㎡ 필지는 1990년부터,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85.2㎡ 부지는 1991년부터 각각 개인 소유의 무허가 주택이 들어선 상태다. 경남 진주시 남성동에서는 1992년부터 개인이 86㎡의 토지를 무허가 대지 및 창고용지로 무단점유하고 있다.

이 같은 무단점유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캠코는 행정대집행 조치를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국유재산에 설치한 불법 시설물을 철거할 수 있다. 또 점유 목적과 면적·기간에 비례해 무단점유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대집행은 최근 5년간 집행 실적이 단 4건에 불과해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부분의 장기 무단점유 사례는 실거주자가 존재하는 무허가 주택인데, 현행 규정은 무단점유지에 거주·상주하는 인원이 있을 경우 안전을 고려해 행정대집행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할 변상금 제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캠코는 올해 국유일반재산 무단점유에 대해 총 439억원 규모의 변상금을 부과했지만 실제 수납금액은 189억원으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캠코는 실태 전수조사와 전담팀 출범을 통해 향후 무단점유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