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지’ 입고 고향서 우승… 김세영, 5년 만에 웃었다

입력 2025-10-20 01:11
‘빨간바지 마법사’ 김세영(32·스포타트)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날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트 후 승리를 확정한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빨간 바지 마법사’ 김세영(32·스포타트)이 3만 명의 고향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5년여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6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우승 상금 34만5000달러(4억 9155만 6000원)를 획득했다. 올해로 6회째인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9년 장하나, 2021년 고진영에 이어 세 번째다.

김세영은 2015년 L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2020년 11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까지 6년간 매년 1승 이상씩을 거뒀으나 이후 5년간 우승이 없었다. 하지만 고향에서 통산 13승째를, 와이어투와이어 퍼펙트 우승으로 장식했다. 김세영은 첫날 10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오른 뒤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통산 세 번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김세영은 대회 개최지와 인접한 전남 영암군이 고향이다. 그는 대회 개막에 앞서 “고향 팬들께 우승 선물을 쏘겠다”고 출사표 던졌고, 그 약속을 지켰다. 주최 측 추산 1~3라운드 1만 명씩, 최종 라운드 3만여 명 등 총 6만여 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다.

4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김세영은 승리를 부르는 드레스 코드인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필승 의지를 다졌지만, 초반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 고전했다. 3번 홀(파3)에서 3퍼트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하고, 4번 홀(파4)에서 재미교포 노예림(24·대방건설)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기회의 홀인 6번(파5)~9번 홀(파4)이 있었다. 5번 홀(파4)에서 2m가량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바운스백에 성공한 김세영은 여세를 몰아 6번(파5)과 7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그리고 9번 홀(파4)에서 2.5m가량의 버디 퍼트에 성공해 2위와의 타수를 출발할 때와 같은 4타 차이로 다시 벌렸다. 상승세로 돌아선 김세영은 최대 승부처인 15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세영은 “가족들 앞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는데 10년 만에 이뤄내서 기쁘다”며 “3번 홀 보기 이후 공격적으로 가자는 전략으로 임한 것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면 무슨 창피인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다잡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나사 하타오카(일본)가 2위(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시즌 1승이 있는 김아림(30·메디힐)이 공동 3위(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대회를 마쳤다.

해남=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