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 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대 내수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물량공세로 입지를 넓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력을 보여주는 트라이폴드폰을 내세워 반격을 준비 중이다. 애플도 곧 폴더블폰 경쟁 가세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폴더블폰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1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폴더블폰 판매량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57%에 달했다. 2분기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도 화웨이가 45%로 화웨이가 1위, 모토로라가 28%로 2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출시한 ‘퓨라X(오른쪽 사진)’를 비롯해 다양한 폴더블폰 기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퓨라 X는 16:10 화면 비율로 외형은 ‘갤럭시 플립’과 비슷하지만, 힌지(경첩)가 측면에 적용돼 열리는 방향은 ‘갤럭시 폴드’와 같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라이폴폰 ‘메이트 XT’를 선보였지만, 디스플레이 파손 문제 등 제품 완성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메이트 XT의 후속작 ‘메이트 XTs’까지 내놓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아, 엔비디아는 올해 연례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최대 경쟁 업체로 꼽기도 했다.
폴더블폰의 선구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9% 점유율에 그치며 시장 3위로 밀려났다. 활로를 찾기 위해 지난 11일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형 폴더블폰 ‘W26(사진)’을 출시했다. ‘갤럭시 Z 폴드7’와 하드웨어 구성은 같지만, 위성통신을 지원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본 메모리도 강화해 512GB·1TB 모델 모두 16GB 램을 탑재했다. 반면 갤럭시 S 라인업에서 슬림형 모델인 ‘갤럭시 엣지’는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내년 갤럭시 S26 라인업에 플러스 모델 대신 엣지를 넣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아이폰 에어의 판매 부진을 반면교사 삼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출격이 예상되는 트라이폴드폰으로 ‘기술 리더십’을 다시 입증하려 한다. 오는 27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제품은 총 3개의 배터리를 탑재해 삼성 폴더블폰 중 최초로 배터리 용량이 5000mAh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화웨이가 극복하지 못한 내구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아직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은 애플은 내년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보다 판매가를 낮게 책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T매체 맥루머스는 최근 대만 애널리스트 궈밍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폴더블 아이폰용 힌지 평균판매가격(ASP)이 당초 예상보다 저렴한 약 70~8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경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