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저가 거래 섞여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

입력 2025-10-20 00:21
19일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세금 관련 게시물 모습. 연합뉴스

19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한 공인중개소는 연이은 문의 전화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 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갭투자 문의가 많았다.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계약하려고 밤늦게까지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규제 직전인 오늘 가격을 더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10·15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은 신고가 거래와 하락 거래가 모두 나타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주말 동안 막판 갭투자 문의가 공인중개소에 몰리기도 했다. 서울 전지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과천시 등 12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규제가 오는 20일 시행되기 때문에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5일간 막판 매수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당일 규제지역들에선 신고가 계약이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 전용 84㎡는 지난 15일 18억7000만원(15층)과 19억원(21층)에 매매되며 역대 최고 가격을 하루에만 2번 갈아치웠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0단지 아파트는 전용 70㎡가 지난 15일 22억9000만원(11층)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달 25일 20억4000만원(15층) 대비 2억5000만원이 올랐다.

시세보다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다. 향후 거래 위축을 예상해 이전 시세보다 낮춘 가격에도 매매가 성사된 사례들로 보인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자이 전용 59㎡는 대책 발표 당일 15억50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으나, 17일에는 이보다 오히려 낮아진 14억원(16층)에 팔렸다. 동작구 사당동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 전용 84㎡는 지난 15일 20억7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1일(21억8000만원)과 3일(22억8000만원)에 거래된 금액보다 1억~2억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에서 가격 조정과 20일 이후 거래 절벽을 전망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이전부터 토허구역이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거래량이 떨어졌지만, 신고가 거래를 잡지는 못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며 “‘한강 벨트’는 거래량 감소로 가격이 다소 주춤하다가 결국은 강남 3구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서울 외곽과 경기도는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여 집값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