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을 두고 “금기된 다리를 건넜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초강력 부동산 대책, 캄보디아 사태, 강경파의 국정감사 무리수 등 대여 공세에 화력을 집중해야 할 때 또다시 ‘계엄의 늪’에 발을 담갔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지방선거 전 면회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의미 부여를 삼갔지만 당 안팎에선 우려됐던 강성 지지층 딜레마가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왔다는 사실을 다음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장 대표는 김민수 최고위원과 일반면회 형식으로 오전 11시부터 10분간 윤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며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평안한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우자”고 적었다.
지도부는 장 대표가 전당대회 때부터 공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감 이후 시작될 지방선거 정국 전이 시기적으로 좋겠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적의 시기란 없지만, 지금 면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앞으로 더 힘있게 대여 투쟁을 해 나가겠다는 대표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또 “특별면회 형식을 취하려고 했으나 법무부에서 끝까지 허용하지 않아 일반면회라도 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그러나 공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김재섭 의원은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 “분위기를 흐리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해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국 의원도 페이스북에 “당대표께서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대해 책임을 지셔야 한다. 그만하시죠?”라고 직격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금기된 다리를 건너간 느낌”이라며 “지도부가 스탠스를 조정하며 외연을 확장할 수도 있었는데 중도보다 지지층의 약속을 더 중요시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게 당에 도움이 될까 싶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도 “정부의 한·미 관세 협상, 캄보디아 문제, 김현지 제1부속실장 국감 출석, 부동산 정책 등 이슈 몰이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이름이 나올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지역에서도 욕을 많이 먹고 있다”며 “차라리 빨리 갔다 왔어야지 이 시기에 면회는 국감 이슈만 희석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 대구·경북 중진 의원은 “설왕설래가 있겠지만 ‘윤 어게인’으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며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예의를 갖춰 갈 수는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헌정당 해산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면회는 헌법에 대한 조롱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치 떨리는 내란의 밤을 기억하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러니 ‘국민의적’ 같은 위헌정당 국힘을 해체시키자고 국민이 두 주먹 불끈 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사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며 “윤석열과 함께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자는 말은 대선 불복을 넘어선 명백한 제2의 내란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이강민 송경모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