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것 없는 北”… 美 군불에도 ‘판문점 번개회동’ 희박

입력 2025-10-19 18:50 수정 2025-10-20 00:00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시아 방문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번 북·미 ‘판문점 회동’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서한 전달을 시도한 후 미국 측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인 러브콜이다. 2019년에도 판문점 회동이 이틀 만에 급물살을 타면서 성사된 만큼 앞으로 열흘 남짓 남은 시간 동안 깜짝 이벤트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다만 북한의 대내외적 사정이 6년 전과 크게 변화한 점을 고려하면 회동 성사까지 난관은 과거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을 계기로 아시아를 방문할 때 김 위원장을 만나는 방안을 미 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직 북·미 간 실제 회담 진행에 필요한 진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29~30일 방한할 가능성이 크다. 방문 첫날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되는 만큼 북·미 회동이 이뤄진다면 30일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9년 6월 ‘하노이 노딜’로 양측 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 뜻밖의 만남을 가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즉흥적 만남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48시간 만에 판문점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19일 “2019년 판문점 회동 때 언론이나 전문가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며 “지금까지 북·미 간 진전이 없으니 앞으로도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019년과 같은 ‘깜짝 회동’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때와 달리 북한이 쉽게 응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년간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북·중·러 밀착으로 경제 협력 등 대북 제재 완화 효과를 일부 거두고 있다. 2023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판문점이 만남의 장소로 쓰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북한의 관점도 달라졌다. 대북 제재와 비핵화를 ‘맞교환’의 성격으로 보던 북한은 이제 ‘비핵화는 없다’고 못 박으며 협상 불가를 강조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성과도, 실익도 없는 불확실한 만남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북·중·러 밀착으로 미국의 협상 레버리지가 약해졌고 대북 제재도 부분적으로 무력화돼 북한이 먼저 양보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북·미 회담에 구체적인 진전은 없다는 입장이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고 북한도 그런 조짐을 보였지만 APEC을 계기로 무엇인가 이뤄질 조짐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오전 중부 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표시한 북한군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이 신분을 밝히고 “무슨 목적으로 왔느냐”고 묻자 해당 군인은 귀순 의사를 전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북한 주민 귀순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군인 신분의 귀순은 처음이다.

최예슬 박준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