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위기서 조기 우승까지… 1년 만에 바뀐 전북 ‘포옛 매직’

입력 2025-10-20 01:14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지난 1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확정지은 뒤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가 통산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전북이 거스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1년 만에 부활했다. 이대로 코리아컵 우승컵까지 거머쥘 태세다.

올 시즌 독주하던 전북은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정규라운드 최종전(33라운드)에서 수원FC를 2대 0으로 꺾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71(21승8무4패)을 쌓으며 남은 파이널라운드 5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위 김천 상무(승점 55)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4년 만의 왕좌 탈환이자 K리그1 사상 최초 10번째 우승(2009, 2011, 2014, 2015, 2017~2021, 2025)이라는 대업이다.

시즌 초반까지 전북은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전북은 10위로 추락하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 사령탑 출신의 포옛 감독이 부임할 당시 구단의 요청은 4위권 재진입이었다.

1년 만의 화려한 부활엔 포옛 감독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포옛 감독 체제에서 선수들은 ‘위닝 멘탈리티’를 되찾았다. 힘든 경기에서도 기어이 비기거나 역전승을 거두는 일이 늘어났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전진우는 올 시즌 득점왕 후보로 올라섰다. 지난해 부진했던 티아고까지 깨어났다.

포옛 감독은 솔직한 소통과 명확한 지시로 팀을 하나로 묶었다.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들도 감독을 향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일 정도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인 이승우는 올 시즌 선발보다 교체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감독님이 우리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그 안에서 우리의 믿음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도 있었다. 전북은 개막전 승리 뒤 4경기(2무 2패) 무승에 그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8강에서도 탈락했다. 전북은 식스백의 ‘실리 축구’를 꺼내 들어 무승 늪에서 빠져나왔다. 비판을 무릅쓴 포옛 감독의 결단으로 결국 반등의 기지개를 켰고 무려 22경기(17승 5무)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팀이 안정을 찾자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도 살아났다.

포옛 감독은 “스태프와 코치진 그리고 선수단의 끈끈한 유대감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아픔을 겪은 선수들을 다독여서 높은 수준의 축구를 펼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전북은 이제 ‘더블(2관왕)’을 정조준한다. 오는 12월 6일 광주FC와 코리아컵 결승전을 남겨놓고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