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목이 수익으로 전환된 기념으로 (인증합니다).” 평가금액 40억8840만7510원.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계좌 인증 게시물이다. 역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코스피 강세장을 반영하듯 대부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자랑하는 보유 종목이 공개돼 있다.
자산 강세장으로 자신의 투자 수익률을 SNS에 공개하는 인증이 줄을 잇고 있다. 개인의 영역이던 투자 종목과 수익률 등의 결과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과시하며 인정받으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수익인증’ ‘주식인증’ ‘계좌인증’ 등의 단어로 검색을 하면 수천건에서 수십만건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상업적인 목적의 게시물도 많지만 자신의 주식 계좌를 자발적으로 올린 글이 대부분이다. 인증과 함께 업종·종목, 환율, 미·중 갈등 등 경제 이슈에 대한 자기 생각도 올리는데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는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이들은 주식 투자 성과 등 보유 자산을 공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는 연봉에 대한 정보 공개를 여전히 꺼려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새로운 흐름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봉은 쟁취한 것이라기보다는 주어진 것으로 능력과는 별개인 경우가 많다”며 “이에 학벌이나 직장과 관계없이 자기 실력에 따른 투자 성취를 스스로 자신 있게 밝히고 있는 인증 문화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인증문화가 한층 심화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과거 근사한 식당과 해외 여행지 등 자신의 경험을 증명하는 데 이어 이제 투자 성과도 공유하며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은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며 “특히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친구 등 지인에게 하기 어렵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SNS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인정 욕구’를 활용한 증권사도 있다. 토스증권은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이용자의 매매와 수익률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높은 성과를 낸 이용자는 누구라도 팔로우해 이들의 매매를 투자에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고수익을 인증하는 문화가 대중의 포모(FOMO·소외에 대한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평론가는 “경제적 관점이 모든 사회적 평가의 절대 기준이 된 건 아닌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