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 싱숭생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미·중 무역갈등,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 중 통상 연말 이뤄지던 임원 인사를 APEC 기간을 전후해 예년보다 큰 폭으로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기선 회장 체제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HD현대는 이르면 이달 안에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HD현대를 시작으로 APEC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초부터 국내 주요 기업의 사장단·임원 인사가 속속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에서만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 수백명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다.
SK그룹은 다음 달 6일 그룹 연례행사인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에 앞서 사장단 인사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의 사업 성과와 내년도 경영전략 등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 자리에 기존 경영진보다 새 사장단이 합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지난달 울산포럼 행사 후 “올해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며 조기 인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발 관세 직격타를 맞고 있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도 통상 12월 중순 단행에 했던 사장단 인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음달로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는 기본적으로 인사권자 몫”이라면서도 “조기 인사가 재계 트렌드가 된 분위기에서 인사권자도 이런 흐름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는 11월 말~12월 초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첫 인사를 통해 이 회장의 ‘뉴 삼성’ 청사진이 제시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