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로 10K, 타자로 3홈런… ‘언빌리버블’ 오타니

입력 2025-10-20 01:13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3회 투구를 마친 뒤 포효하고 있다. 오른쪽은 7회 타자로 나와 자신의 세 번째 홈런을 터트린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AP·EPA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포스트시즌에서 투수 겸 타자로 출전해 홈런 3개를 치고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야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다저스는 월드시리즈(WS·7전 4선승제)에 선착했다.

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를 5대 1로 제압했다. 시리즈 4승 무패로, 2년 연속 WS 진출을 확정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로 남게 된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오타니였다.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투구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압도적인 구위도 과시했다.

타석에서의 활약은 더 극적이었다. 3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으로 4출루 경기를 펼쳤다. 안타 3개가 모두 홈런이었다. 1회 초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 뒤, 1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리드오프 홈런을 터뜨렸다. 투수가 리드오프로 출전해 홈런을 친 것은 150년 MLB 역사상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오타니는 4회와 7회에도 중요한 순간에 달아나는 솔로 아치를 그려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서 투수가 2개 이상 홈런을 친 것도, 홈런 3개와 탈삼진 10개를 동시에 기록한 것 모두 MLB 역사상 최초다. 이는 투타 겸업을 상징하는 전설의 베이브 루스도 남기지 못한 기록이다.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스포츠계는 “야구의 신이 강림했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MLB닷컴은 19일 “야구 역사상 최고의 단일 경기 퍼포먼스”였다며 세부 데이터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2015년 도입된 MLB 데이터 분석시스템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시속 116마일 넘는 홈런을 두 차례 이상 친 선수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이날 투수로서도 100마일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경기에서 가장 빠른 투구 1개, 타구 3개, 가장 긴 비거리 3개를 기록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