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가 연립정권 수립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교도통신이 양당 간부들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21일로 예상되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사진) 자민당 총재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다카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20일 회담을 갖고 연정 수립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가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확실한 정세가 됐다”고 전했다. 후지타 후미타케 유신회 공동대표는 “(합의서) 문구나 해석에 대한 최종 조율만 남은 단계”라고 말했다.
양측은 유신회가 요구해온 기업·단체 정치 후원금 폐지 등에 대해 자민당이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해 타협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는 책임 분담 차원에서 유신회 측이 일부 장관 자리를 맡는 방안도 제안했다. 하지만 유신회 내부에선 당분간 장관직을 맡지 않고 자민당의 정치개혁 의지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는 유신회 인사를 각료로 발탁하는 대신 엔도 다카시 유신회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여야는 임시국회 소집일인 21일 총리 지명 선거를 진행하기로 대략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하원)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자민당(196석)과 유신회(35석)의 중의원 의석수를 합치면 231석으로 과반(233석)에 근접한다.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3석을 보유한 우익 성향 참정당에도 협력을 요청했다. 참정당이 협조하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입헌민주당(148석)과 국민민주당(27석), 공명당(24석)을 모두 합쳐도 199석에 그쳐 야권이 표 대결에서 이기기 어렵다. 야권은 원전 정책 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이유로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이혁 주일대사도 18일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카이치가 총리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거의 선출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여자 아베’로 불린다. ‘중도 보수’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고 보수 성향 유신회가 연정에 새로 들어오면 일본 정부의 보수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