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기업 총수, 트럼프와 7시간 라운딩… 관세·투자 대화 가능성

입력 2025-10-19 18: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8일 오후(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을 빠져나오고 있다. 차량 뒷좌석에 트럼프가 라운딩 때 즐겨 착용하는 흰색 모자를 쓴 인물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일본·대만 주요 기업 총수들의 골프 회동이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의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는 오전 9시7분쯤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출발해 9시15분 골프 클럽에 도착했다. 경찰은 마러라고에서 골프 클럽까지 이어지는 약 7.2㎞ 도로를 10분가량 통제했다. 텅 빈 도로를 달리는 검은색 차량에 트럼프가 라운딩 때 자주 착용하는 흰색 모자를 쓴 인물이 탑승한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는 7시간30분가량 머물다 오후 4시52분 골프 클럽을 빠져 나와 마러라고로 돌아갔다. 통상 4인1조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한국 기업인 중 누가 트럼프와 같은 조에서 라운딩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풀기자단의 동반자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미국 대통령 및 정재계 인사들과 단체로 골프를 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총수들은 개인 차량 대신 리무진 버스로 단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일행 차량이 골프장을 떠난 뒤 총수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리무진 버스가 인근 5성급 호텔로 이동했고, 이 호텔 로비에선 골프 회동을 주도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목격됐다. 손 회장은 트럼프와 친분이 두터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설적인 골프 선수 게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이번 골프 회동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인들이 트럼프와 한 조에서 동반 라운딩을 하지 않았더라도 경기 전후 또는 휴식 시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골프 회동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막바지로 치닫는 시점에 이뤄져 더욱 주목받았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현황 및 관세 관련 의견 교환도 있었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대표 기업인들이 초청받아서 간 행사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관세협상이나 국가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은 27홀의 최고급 골프장으로, 트럼프의 비즈니스 및 정치적 회동 장소로 종종 활용된다. 트럼프 1기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고(故)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 회동을 한 곳도 이 골프장이었다.

권지혜 이종선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