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정신재활시설 ‘해사랑’에서 생활 중인 오순민(22)씨는 매일 태권도 도복을 입고 주간재활시설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태권도 사범이 되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런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목은 ‘나는야 태권V’. 그의 작품은 은평정신건강네트워크(EMS)가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기념해 개최한 ‘나와 당신의 행복이야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조울병’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를 앓는 유지연(44)씨는 10대 아들 둘의 엄마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이들과 떨어져 지역전환시설인 ‘새오름터’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지난여름 무더위 속에 활짝 핀 수국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빗대어 지난날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의 희망을 담은 글을 썼다. 그가 사진과 함께 낸 이 글은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지난 17일 공모전 시상식과 전시회를 겸한 ‘힐링 마인드 공모전, 콘서트’가 열린 서울시립은혜로운집에서 만난 유씨는 “아들들에게 (수상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은평구 내 사회정신재활시설과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EMS가 다양한 정신질환자들이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세상과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23년부터 시작, 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엔 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과 구세군 BROS밴드, 거리의 시인의 래퍼 노현태, 가수 안율, 기타리스트 윤영두가 참여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정신재활시설 입소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입소자들도 코믹한 춤과 사물놀이 공연을 준비해 큰 감동을 선사하며 박수받았다.
EMS 소속 기관들은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 회복과 사회 적응을 위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려상 수상자인 유씨가 머무는 새오름터는 25명의 여성 정신질환자가 머물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곳이다. 올해 서른 살이 된 신혜인씨는 이곳에서 취업을 준비 중이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그는 “처음엔 이 병에 대해 잘 몰라서 무서운 마음에 외출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약도 꾸준히 먹고 다른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많이 평안해졌다”고 했다.
이들에게 신앙은 평범한 삶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자 깊은 위로가 된다. 유씨는 따로 지내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그는 “하나님은 저를 평범한 엄마로 바라봐 주신다”며 “언젠가 아이들하고 다시 만나 당당한 엄마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신씨는 어머니가 선물해준 기도문이 담긴 책을 매일 소리 내어 읽고 있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저를 차별하지 않고 무한한 사랑으로 바라봐 주시는 하나님처럼, 저도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