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尹에 기대 뭘 얻겠다는 국힘의 시대착오적 발상

입력 2025-10-20 01:20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은 당 쇄신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는 일이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러기는커녕 가까스로 강 위에 띄워진 배마저 머리를 돌려 원대복귀시킨 셈이다.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면회 뒤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단순히 전직 대통령을 위로 방문하는 차원이 아니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웁시다.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부터 싸울 준비가 돼 있으니 국민의힘도 이에 맞춰 함께 싸우자는 메시지다. 온갖 무속 논란에 휩싸였던 윤 전 대통령이 성경과 기도를 운운하는 것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거니와, 내란 수괴 혐의로 수감 중인데 싸우면 뭘 위해 싸운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이번 면회와 메시지는 결국 지도부 차원에서 ‘윤 어게인’ 세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내란을 두둔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온 아스팔트 극우 세력이 외쳐온 게 바로 ‘윤 어게인’이다. 계엄으로 당 소속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선에서도 패배한 국민의힘이 아직도 그런 황당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러니 당내에서조차 이번 면회를 두고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다” “당대표가 당을 나락으로 빠뜨렸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지도부가 이렇게 하는 배경에는 극우 세력과 강성 보수층 지지를 결집하겠다는 포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어게인’에 편승해 새로 얻을 지지세가 클지, 아니면 중도층을 더 돌아서게 해 잃을 표가 많을지는 자명하다. 특히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의 향배가 중요한 수도권 선거를 생각한다면 지금 어떤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지 두말할 나위 없다. 더는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이라면 불법 계엄을 지시한 윤 전 대통령과 하루빨리 결별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위다. 그렇지 않고는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존재 자체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드러나는 불법 정황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숱한 비리와 직권 남용 혐의 등에 언제까지 눈감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힘이 오히려 그런 잘못된 과거와 깨끗이 단절하고 민주정당으로서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보일 때 국민도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가야 할 길이 뻔히 보이는데 계속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