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제조·수입하는 업체의 99%가 시청각 장애인에게 음성·수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 정보 제공 의료기기 업체 현황’에 따르면 혈압계와 혈당측정기, 체온계를 제조·수입하는 업체 112곳 가운데 사용방법, 주의사항 등을 시청각 장애인이 숙지할 수 있도록 음성·수어 영상 등으로 안내하는 업체는 지난 7월 기준 2곳(1.79%)에 불과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부터 의료기기 업체에 시청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사용 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청각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업체에는 허가·심사에 들어가는 수수료를 최대 50% 감면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감면 혜택을 본 업체는 한 곳에 그쳤다.
장애인은 만성질환자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높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9세 이상 장애인 가운데 만성질환을 가진 비율은 84.8%에 달했다. 이들이 가진 만성질환은 평균 2.5개다. 특히 30세 이상을 기준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가진 비율(유병률)은 전체 인구에서 34.8%, 14.8% 수준이지만 장애 인구에선 52.9%, 26.8%로 크게 늘어난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만성질환은 일상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가정에서 혈압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 대한고혈압학회는 아침·저녁 하루 2회 혈압을 측정하면서 지속 관찰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특히 병치레가 잦고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일수록 가정 내 관리는 불가피하다.
소 의원은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만성질환 위험이 높지만, 정작 필요한 의료기기 사용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 참여를 끌어낼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방안을 마련해 장애인의 의료기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