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미들타운의 한 교차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의 열기는 워싱턴DC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도 감지됐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오전 일찍부터 시민들이 모여 ‘왕은 없다’ ‘부유층에 세금을’ ‘이것이 파시즘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참여한 킴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트럼프의 이민 정책과 법원을 무시하는 행태가 가장 나쁘다”며 “법의 지배를 무시하면 사법부가 무너지고 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 대통령은 왕이 된다. 우리는 3개의 정부기관이 서로 견제하게 돼 있는데 지금은 대통령만이 모든 걸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 나선 크리스티나도 “정부의 폭정에 항의하러 나왔다”며 “트럼프는 중산층이나 서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복지를 줄이고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킹스 시위는 이날 오전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등 동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난 6월 미 전역에서 500만명이 쏟아져 나왔던 노 킹스 시위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 50개 주에서 2500건 이상 시위가 열렸다고 CNN이 전했다.
워싱턴DC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선 오전부터 모여든 시위대가 점점 불어나 백악관에서 의사당으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가득 메웠다. 집회 참가자들은 트럼프의 주방위군 동원, 법원 판결 무시, 이민자 추방 등을 들어 트럼프가 독재자나 파시스트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집회에 참석한 ‘진보 진영 아이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에 모였다”고 말했다.
뉴욕에선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일대에 수만명이 모여 7번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행진하며 “트럼프는 이제 그만” 등을 외쳤다. 트럼프가 최근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한 시카고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우리 민주주의에 손대지 마라” “ICE(이민세관단속국) 퇴출”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페인 등에서도 노 킹스 집회를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열렸다.
백악관은 이번 집회에 대한 논평 요청에 “누가 신경이나 쓰나”라며 짧게 답했다. 트럼프는 왕관을 쓴 본인이 전투기를 몰고 시위대에 오물 폭탄을 떨어뜨리는 인공지능(AI) 제작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