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소관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복지부가 서울대병원의 결사반대에 부닥쳤다. 복지부는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지방 국립대병원 이전만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국립대병원에서도 반대 의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보건의료 핵심 정책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의 첫 단추인 국립대병원 소관 이전이 초반부터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지·필·공 정책 추진 자체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교수를 포함해 구성원 다수가 복지부 소속으로 바뀌는 데 반대했다. 복지부는 서울대병원은 일단 교육부 소관으로 두고, 지방 국립대병원들을 먼저 복지부 소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방 국립대병원들을 이관하면서 병원 지원체계 등을 좀 더 갖춘 뒤 서울대병원을 설득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 국립대병원 반응도 부정적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서 “10개 국립대학에 질의서를 보낸 결과 9개 국립대가 답했는데, 3개는 이전에 동의하지 않았고 6개는 조건부 동의했으나 그 조건부도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건부 동의를 한 곳들은 충분한 검토 기간과 내부 구성원 합의, 교육과 연구의 정체성 확립, 의료인력 이탈과 수급문제 해결 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대병원 소관 이전은 ‘지·필·공’ 정책 중 핵심으로 꼽힌다.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해 국립대병원을 중심축으로 지역사회 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 소관 이전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소관이 넘어오면 연구·개발(R&D) 자원을 국립대병원에 지원할 방침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병원의 자율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천우정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복지부로의 이관이 이뤄질 경우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 전략’에 따라 대학병원은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 참여와 역할이 확대될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현재보다 대학병원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의·정 갈등의 뇌관을 다시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 복귀율이 수도권보다 저조해 업무 부담이 비교적 큰 지방 교수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구성원 다수 반대를 이유로 서울대병원의 소관 이전이 보류된다면 다른 지방 국립대병원들도 의도적으로 반대 여론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19일 “지역의료가 급하니 우선 지방 국립대병원부터 복지부로 가자는 입장”이라며 “국립대병원들의 자율성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원을 많이 할 것이란 설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