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에도 불빛 꺼지지 않았던 어린이병원

입력 2025-10-21 00:08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였다. 명절의 들뜬 기운이 닿지 않은 이곳 ‘우리 병원’만큼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의료진과 직원들은 회의를 거듭하며 연휴 기간 응급상황과 진료 대응 방안을 세심히 준비했다. 누군가는 당직표를 점검하고 누군가는 소아 응급약품과 장비를 재정비하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엄마, 주사 맞으면 이제 안 아파?” 새벽녘, 할머니 댁에 놀러 왔다가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가 수액을 맞고 물었다. 닫힌 병원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부모는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우리 병원을 발견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 번 인사를 건네는 부모 얼굴에는 진심 어린 감사와 안도감이 가득했다.

서울 친척 집에 왔다가 급성 장염으로 탈수 증세를 보여 업혀 온 아이, 문을 연 병원을 찾아 헤매다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고 달려온 아이, 급히 먹던 약이 떨어져 불안했던 아이까지. 복도는 저마다의 다급한 사연으로 채워졌지만 의료진의 따뜻한 손길에 곧 안정을 되찾았다. 그들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 그리고 한마디의 위로는 가족들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한편 추석에도 병실에 머물러야 했던 입원 환아들의 어깨는 유난히 처져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집에 가고 싶다던 아이들 앞에 간호사 선생님들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그중 아이들의 눈을 가장 반짝이게 한 것은 예쁜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이었다.

“OO아, 내년 추석에는 아프지 말고 놀러 가고 싶은 곳을 이 스케치북에 그려보자. 얼른 낫게 해줄게.” 따뜻한 말에 아이는 눈물을 닦고 가족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희망으로 그려 넣었다. 작은 스케치북은 단순한 선물이 아닌, 내일을 향한 약속이자 희망의 시작이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 근무한 의료진 역시 누군가의 아들, 딸이자 부모였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아이들 곁을 지킨 그들은 아이의 웃음과 부모의 감사 인사 속에서 가장 값진 보람을 느꼈다. 길고 길었던 연휴 동안 우리병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아픔 속에서도 평온을 주는 가족의 안식처이자, 밤새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또 하나의 집이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