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어린 나이에 전신마취를 받으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소아의 수술·시술 시 전신마취에는 흔히 ‘가스 마취’로 불리는 흡입 마취제가 쓰인다.
그런데 2세 미만의 소아 대상 국내 연구에서 단회 혹은 2시간 미만의 짧은 전신마취는 아이의 지능과 행동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조 약제를 함께 사용해 흡입 마취제의 농도를 줄여도 인지·정서 발달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소아마취통증의학과 이지현·지상환 교수팀은 2020~2023년 생후 2세 미만의 단회 수술 환아 4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약 2시간 이내의 짧은 수술만을 대상으로 했다. 참여 환아들은 임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흡입 마취제인 ‘세보플루란’ 단독 사용군과 세보플루란에 보조 약제(덱스메데토미닌, 레미펜타닐)를 함께 투여한 병용군으로 분류했다. 이후 환아들이 28~30개월 됐을 때 비언어적 지능검사와 보호자 보고식 행동·정서 평가를 진행해 발달 상태를 비교했다. 최종 분석에는 343명의 환아가 참여했다.
분석 결과 두 그룹의 전신마취 시간은 약 75분으로 차이가 없었다. 병용군의 흡입 마취제 농도는 평균 1.8%로 단독 사용군(2.6%)보다 약 30% 낮았다. 하지만 지능지수(IQ), 행동·정서 발달, 언어 능력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즉 짧은 단회 수술에서 흡입 마취제를 줄이면서 보조 약제를 병용하는 마취 방식이 아이들의 단기간 인지나 정서 발달에 임상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가져다주지 않은 것이다.
지상환 교수는 20일 “이번 연구는 28~30개월 시점의 중간 분석으로, 짧은 전신마취가 아이들 인지나 정서 발달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5세 시점의 추적 평가를 통해 장기적인 안전성을 최종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현 교수는 “이번 결과가 부모와 의료진의 불안을 덜어주고 향후 소아 마취의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마취학(Anesthes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6년 3세 미만 영유아가 3시간 이상 혹은 반복적으로 전신마취를 받을 경우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