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제 생존율보다 치료 이후 관리가 더 큰 과제”

입력 2025-10-21 00:11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가 암 치료 후의 삶과 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암 치료 후 정신적 문제 등 동반
재발·이차 암 위험↑ 정기검진 기본
동반질환 관리… 생활습관 개선도
외래 추적 넘어 통합 돌봄 필요성

국내 암 생존자는 258만명.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암 치료 성적(2023년 기준 5년 생존율 72.9%)이 향상되면서 이제 암은 생명 위협 질환이 아니라 '치료 이후의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처럼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암 생존자의 절반 이상인 130만명은 65세 이상으로, 노인성 질환과 신체 기능 저하가 겹치면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는 20일 "암은 이제 생존율 자체보다 치료 이후의 삶을 어떻게 건강하게 이어갈지가 더 큰 과제"라며 "암 생존자에게는 재발과 이차 암 검진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관리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에게 암 치료 이후의 삶과 주의할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암 생존자의 건강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수술, 항암·방사선 치료를 마쳤다 해서 암 치료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통증, 암 관련 피로, 림프부종 같은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재발 불안, 우울, 수면장애 등 정신적 문제와 사회 복귀의 어려움까지도 동반된다. 국립암센터 보고서에 의하면 암 진단 이후에도 흡연과 음주를 지속하는 환자가 적지 않고 비만율도 높다. 이런 요인들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 위험을 키워 결국 또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치료 후 관리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암 치료의 연속선 상에 있는 핵심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관리가 필요한가.

“재발과 이차 암에 대한 정기 검진은 기본이다. 동시에 동반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은 암 생존자 사망 원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관련 약 복용을 비롯해 식습관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예방 접종도 중요하다. 인플루엔자(독감), 폐렴구균, 대상포진, 코로나19 백신은 반드시 접종해야 하고 면역이 떨어진 환자는 간염,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최근 보급된 호흡기융합세포바이러스(RSV) 백신까지 고려해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 역시 빠질 수 없다. 채소와 통곡물 위주의 식사, 규칙적인 신체활동, 적색육·가공육 적게 먹기, 금연과 절주(가능하다면 금주)는 기본이다. 정신 건강도 간과해선 안 된다. 우울과 불안, 수면장애 등이 나타날 경우 조기에 상담과 치료가 권고된다.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가족·지인과 꾸준한 소통이 중요하다.”

-연구로 확인된 관리 효과가 있나.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저널 문헌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유방암과 대장암 생존자의 재발 위험 및 전체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2년 국제 학술지(JAMA Oncology)에는 채소와 통곡물 위주 식습관이 장기 암 생존자의 심혈관 합병증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23년 정신종양학 학술지(Psycho-Onc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선 맞춤형 심리사회적 개입이 암 생존자의 우울·불안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국내 연구도 의미 있다.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한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선 당뇨 환자인 암 생존자가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면 전체 사망률이 낮아졌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 역시 심혈관질환 사망과 전체 사망률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암 생존자 관리에서 동반질환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차 암 관리가 특히 강조되는데.

“암 생존자는 일반인 보다 새로운 암이 생길 위험이 크다. 2022년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여러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에서는 이차 암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검사가 생존율 향상에 유의하게 관계 있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는 더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반면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 일부 암에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어 개별 환자의 위험 요인에 기반한 맞춤형 검진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지원과 과제가 있다면.

“정부는 2022년부터 전국 13개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지정해 통증 관리, 정신 건강 상담, 건강 행태 교정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직 표준화된 관리 지침이 부족하고 일차의료, 지역사회 돌봄, 전문센터가 연계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외래 추적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다차원·통합적 돌봄 모델이 절실하다.”

강 교수는 “암 생존자 관리의 목표는 단순히 재발을 막는 데 있지 않고 남은 삶을 건강하고 존엄하게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병원, 지역사회, 가정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돌봄이야말로 암 생존자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