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끓어오르고 있다. 경매 낙찰 물건은 토허구역의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과열 양상이 빚어지며 서울 아파트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지난달 이미 3년 내 최고치를 찍었다. 초강력 규제가 나오면서 경매시장 쏠림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일부터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성남 분당, 과천 등 12개 지역은 토허구역이 된다. 효력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반면 경매는 토허구역 내 구청으로부터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실거주 의무 등에서도 자유롭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제14조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는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허구역 내 갭투자가 사실상 원천 차단된 상황에서 법에서 허용하는 일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일부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지난 3월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토허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했을 때도 이 지역 경매시장으로 수요가 쏠렸다. 감정가는 물론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적잖았다.
집값 선행지표인 아파트 경매시장은 이미 지난달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6·27 대출규제로 소강상태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9월부터 상승 폭을 확대하면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9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과 낙찰가율 모두 2022년 6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50.7%로 전월 대비 10.4% 포인트 급등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9.5%로 전월보다 3.3% 포인트 상승했다.
감정가보다 수억원 높은 가격에 낙찰된 매물도 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아파트 전용면적 60㎡는 감정가(12억3000만원)의 125%인 15억319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6억4800만원에 팔렸고, 최근 호가가 18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성동구 금호동4가 대우아파트 전용 115㎡도 감정가 17억2800만원의 111%인 19억2000만원 선에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지난달엔 9·7 대책 이후 추가 규제를 예상하고 ‘지금이라도 진입해야겠다’고 생각한 수요자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매시장에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