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건강검진이나 영유아 검진에서 아이들의 지방간 위험을 예측하는데 기존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보다 ‘허리-엉덩이 비율(WHR)’을 측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유진 교수는 국내 6개 대학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WHR이 소아청소년의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옛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예측에 있어 효과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
2022년 1월~2023년 12월 비만, 체중 증가, 간 기능 이상으로 진료받은 10대 781명 대상의 연구에서 39.6%(309명)가 지방간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특히 WHR의 기준치로 남아 0.825, 여아 0.875를 산출하고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지방간 발생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지방간 진단자 중 BMI가 소아청소년 비만 기준인 95백분위수 이상인 경우보다 WHR이 기준치를 넘은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체중과 키로 계산하는 BMI보다 복부 지방 분포를 직접 반영하는 WHR이 지방간 예측에 더 적합함을 시사한다.
최 교수는 20일 “지방간 환아 중에는 BMI가 95백분위수 미만인 경우가 남아 중 44명, 여아 중 8명으로 많았다. BMI 기준으로 지방간을 판단하면 놓칠 수 있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WHR을 적용하면 남아 중 27명, 여아 중 3명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놓치는 환아 수가 더 적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실제 키 150㎝, 체중 45㎏의 12세 남아는 BMI가 20.0㎏/㎡으로 50~75백분위수에 들어 ‘정상’에 해당됐다. 하지만 이 아이는 허리 84㎝, 엉덩이 100㎝로 WHR이 0.84로 남아 기준(0.825)을 초과했으며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소견을 보였다. 반대로 13세 여아는 BMI가 비만에 해당됐지만 WHR은 기준에 못 미쳤고 지방간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최 교수는 “향후 소아청소년 건강검진 체계에 반영되면 좋을 것”이라며 “비만, 지방간 같은 대사 이상 질환 위험이 있는 아이들에겐 WHR을 측정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Acta Bio-medica)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