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유난히 깊은 국민 낭만지 정선, 즐길 거리 풍성

입력 2025-10-21 02:15
아리랑의 시원(始原)인 ‘국민고향’ 강원도 정선의 가을은 유난히 깊다. 백두대간의 중심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처음 맞이하는 곳, 높은 산과 맑은 강, 천혜의 자연 속에서 열리는 축제와 체험은 관광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가리왕산 단풍과 케이블카, 민둥산 은빛 억새, 임계의 달콤한 사과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정선으로 떠나보자.

가리왕산, 장쾌한 가을과 음악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케이블카를 타고 가리왕산 정상에 올라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정선군 제공

정선 가리왕산은 2018 동계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지금은 사계절 관광지로 변신해 정선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리왕산의 백미는 케이블카다. 개장 이후 누적 탑승객 50만명을 돌파하며 지역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11월에는 주말마다 3000명이 넘는 단풍객이 찾는다.

케이블카 길이는 3.51㎞다. 숙암역(하부)에서 해발 1500m 가리왕산역(상부)까지 20분 만에 오를 수 있다. 8인승 캐빈 60대가 자동순환으로 운행돼 대기 시간이 거의 없다. 친환경, 교통약자를 위한 설계 덕분에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용률이 30%에 이른다.

상부역에는 2400㎡ 규모의 생태 탐방 데크로드, 전망대, 휴게 공간 등이 조성돼 있다. 디지털 망원경도 설치돼 사계절 풍경을 더 또렷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25일에는 상부역 야외 특설무대에서 2025 가리왕산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7080세대 레트로 콘서트를 주제로 음악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사한다.

가리왕산은 최근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 사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 초 정부, 지자체, 환경단체가 대타협을 통해 ‘산림형 국가정원’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케이블카도 존치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적인 모델이 정선에서 시작된 것이다.

민둥산, 억새로 물드는 장대한 가을무대
강원도 정선 민둥산은 국내 5대 억새 군락지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돌리네 지형을 품은 천혜의 자연자원이다. 은빛 억새꽃밭이 장관을 이뤄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는다. 정선군 제공

해발 1119m 높이의 민둥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하나다. 억새꽃밭은 7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66만여㎡에 펼쳐진다. 바람이 불면 민둥산엔 은빛 파도가 일렁인다. 해 질 무렵 붉은 노을과 은빛 억새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민둥산 정상 부근에 있는 돌리네도 이색 볼거리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를 이루는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비 등에 녹아 형성된 웅덩이 모양의 땅을 말한다. 젊은 층 사이에서 사진 명소로 부상하면서 지난해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민둥산 은빛억새축제’는 재미를 더 한다. 지난 2일 개막한 축제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억새 산책뿐 아니라 농산물 직거래 장터, 공연, 체험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관광객들은 억새밭 사이를 거닐며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을 맛보고,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정선의 인심을 체험한다.

달콤한 사과향에 취해 볼까

정선 임계는 고랭지 사과의 본고장이다. 해발 500m 이상의 청정 지역에서 자라 낮과 밤의 큰 일교차 덕에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정선의 새로운 명품으로 떠오른 임계 사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임계사과축제는 이를 기념하는 대표 행사다. 11월 8~9일 임계면 사통팔달시장에서 열린다. 전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임계사과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맛보고 구매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엔 1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준비된 물량이 조기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사과 따기 체험, 사과 가공품 시식, 어린이 놀이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승준 정선군수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성장하는 정선 만들 것”

최승준(사진) 정선군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선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역교통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아리랑의 고향인 정선은 가리왕산, 민둥산 같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품은 곳이지만 수도권에서 오려면 3~4시간이 걸린다”며 “교통 불편은 지역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교통망은 정선 관광의 생명선으로 철도와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동서 6축 고속도로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영월~정선~삼척을 잇는 고속도로가 신설될 예정”이라며 “하지만 여기에 더해 남북 9축 고속도로와 KTX 평창~정선선 등 더 큰 그림의 광역 교통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군은 KTX 평창~정선선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원 남부권과 동해안, 태백·삼척·동해를 아우르는 순환 철도망이 완성되면 관광과 물류 모두에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최 군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평창역에서 분기해 정선역과 사북역을 잇는 56.4㎞ 노선이 신설되면 서울~정선 이동 시간이 1시간 20분대로 단축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과 교통이 결합해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정선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며 “자연과 문화가 함께 발전하는 도시, 사람이 자연과 공존하며 성장하는 정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겠다”고 약속했다.

정선=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