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첫 페스타 ‘미지엄’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 입장객들은 SSG닷컴 로고가 새겨진 리유저블백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오픈런을 하는 소비자들과 함께 내부에서까지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이곳저곳에서 시식과 게임 체험을 즐기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SSG닷컴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보인 대규모 오프라인 페스타 ‘미지엄’(美지엄)의 개막 현장이다.
미지엄이라는 이름처럼 이번 행사는 SSG닷컴이 엄선한 식료품과 뷰티 브랜드 100여개를 약 4700㎡(1425평) 규모의 공간에서 박물관을 구경하듯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행사장은 총 4개층, 6개 테마로 꾸며졌다. 고메 스트리트(스타 셰프 요리), 딜라이트존(식품 체험), 이마트몰 신선 라운지, 스위트존(디저트), 뷰티오브쓱(BEAUTY OF SSG·뷰티), 미지엄 스테이지(공연·휴식) 등으로 구성돼 관람객이 층마다 다른 맛과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고메 스트리트’다. 정용진 회장도 즐긴다는 흑백요리사 출신 조서형 셰프의 ‘통영식 비빔나물’ 시식대 앞으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조서형을 비롯해 남준영(효뜨), 최지형, 김건 셰프 등 스타 셰프들이 참여한 단독 상품이 전시된다. 오는 16일부터는 셰프가 직접 요리를 선보이는 쿠킹쇼도 열린다. 하루 세 차례, 한 회차당 20명만 입장할 수 있는 쿠킹쇼는 오픈 직후부터 예약이 매진됐다.
같은 층의 ‘딜라이트존’에는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이 참여해 시식과 게임형 체험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체성분 측정 후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으로, 농심은 ‘새우깡 터치게임’ 등 참여형 이벤트로 눈길을 끌었다. 30대 김모씨는 “요즘 성수동에 팝업은 흔하지만, 이렇게 많은 식품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 봤다. 밥을 안 먹고 오길 잘했을 정도로 배부르게 먹고 상품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미지엄의 특징은 참여 브랜드의 다양성에 있다. 총 49개 브랜드가 첫 오프라인 팝업을 선보인 점이 주목할 만하다. 베이글 맛집 ‘머더린러 베이글’, 감성 카페 브랜드 ‘카멜커피’ 등 트렌디한 소규모 브랜드들이 대기업 브랜드와 나란히 부스를 꾸리며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곳은 3층의 ‘스위트존’과 ‘뷰티오브쓱’이었다. 하겐다즈, 설성목장, 치플레 등 디저트 브랜드들이 달콤한 향으로 공간을 채웠고, 겔랑·바이레도·돌체앤가바나 등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는 신제품을 화려하게 전시했다. SSG닷컴 모델 차은우 포토존 역시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행사는 체험을 넘어 온·오프라인이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각 부스에는 QR코드가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은 모바일 앱을 통해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었다. 미지엄 참가 브랜드 제품은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됐고, 오프라인 관람객에게는 굿즈와 웰컴 기프트가 제공됐다. SSG닷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쌓은 브랜드 신뢰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실험이었다”며 “소비자와 감각적으로 교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핫플서 이커머스 체험 전쟁
성수동은 온라인 채널의 ‘실험실’로 활용된 지 오래다. 무신사는 이 흐름의 선두에 있다. 본사·쇼룸·팝업을 한데 모아 성수를 ‘무신사 타운’으로 만든 데 이어, 서울 2호선 성수역 병기권을 확보해 ‘무신사역’ 브랜딩을 추진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성수에서 ‘무신사 뷰티페스타’를 열어 브랜드 체험 행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무신사는 온라인에서 구축한 플랫폼을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으로 확장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7년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론칭한 이후, 2019년 첫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테라스’를 열었다. 이어 2021년 홍대 인근 1호점을 시작으로 성수·강남·명동·대구 동성로 등 유동인구 중심 지역에 속속 진출, 현재 30호점을 돌파하며 “입는 경험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성수동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성수동에 글로벌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 중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플래그십스토어가 될지 단순 매장이 될지 구체적인 시기와 콘셉트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이라고 말했다.
성수동이 이커머스의 ‘테스트베드’로 각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2030세대 유동인구가 집중되고, 소셜미디어 확산력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성수역 하루평균 승하차 인원은 2018년 5만6000명에서 지난해 8만8000명으로 57% 증가했다. 연간 방문객만 해도 2600만명에 달한다. 소비자 체류 시간이 길고 콘텐츠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브랜드 노출과 신규 고객 유입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샛별배송’을 앞세우는 컬리도 오프라인 실험에 적극 합류했다. 오는 30일부터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컬리뷰티페스타 2025’를 열 예정이다. ‘나를 가꾸는 정원’을 콘셉트로 한 이번 행사는 스킨수티컬즈·나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국내 첫 팝업 참여로 주목받는다. 2023년 ‘컬리 푸드 페스타’로 첫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었던 컬리는 지난해부터 뷰티로 영역을 확장하며 소비자 경험을 한층 세분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시대가 왔다”며 “체험형 페스타는 온라인의 한계를 보완하고 신뢰를 높이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슷한 형식의 팝업이 급증하면서 소비자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전보다 차별성이 떨어진 만큼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브랜드 스토리와 체험의 깊이를 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