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화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지만, 수요와 공급 사이에 시간적 괴리가 존재한다는 함정이 있다. 집을 찾는 수요가 커지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집을 지으려면 몇 년이 걸린다. 달걀 파동 때처럼 급히 수입할 수도 없는 상품이라 적기에 공급을 늘려 가격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현실적인 해법은 공급을 꾸준히 늘리는 거여서, 정권을 떠나 일관된 정책이 필요했다.
부동산 경제의 두 번째 함정은 수요와 공급이 전국 단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 해서 부산의 집을 가져다 공급할 수 없고, 서울에 살려는 이들에게 부산 가서 살라 할 수도 없다. 수요가 있는 곳, 결국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서울은 땅이 별로 남지 않아 재건축·재개발이 거의 유일한 공급원이 됐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은 이 두 함정에 빠졌다. 공급의 시간적 괴리를 참지 못해 당장 쉬운 수요 억제책을 남발했고, ‘도시 재생’을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 등 재건축·재개발 계획을 죄다 백지화했다. 이는 서울의 신규 입주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을 낳아 지금 집값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그 풍선효과를 막으려고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어 ‘갭투자’를 봉쇄했는데, 부동산의 세 번째 함정이 여기에 있다.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자는 매매시장의 수요자지만 전세시장에선 공급자라는 양면성을 가졌다. 갭투자로 수요가 늘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반면에, 그렇게 집을 사는 사람이 있어야 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려 임대료가 안정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도 정반대 성격 규정이 가능하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일 수도, 어떻게든 미래의 내 집을 장만하려 주거 사다리를 힘겹게 오르는 소시민일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투기 세력으로만 보았다. 그 실패를 경험한 시민들에게서 이번 대책에 “우린 집 사지 말라는 거냐”는 주거 사다리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이 갭투자의 양면성을 더 숙고해야 하지 싶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