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쿠폰 풀었는데도 청년 취업은 ‘절벽’

입력 2025-10-18 01:30
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1만명 넘게 늘어나며 19개월 만의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5월(24만여명)을 제외하고 계속 10만명대를 맴돌았던 걸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정부는 이를 두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이라며 매우 고무된 표정이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을 보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일용·임시직이 늘었을 뿐,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제조·건설업 일자리는 각각 6만명, 8만명 감소했다. ‘고용 호조’라기보다 ‘통계 착시’에 가깝다. 연령대를 보면 30대와 60세 이상 고용은 늘었지만, 한창 미래의 꿈을 키워야 할 청년층(15~29세)은 오히려 취업자가 14만6000명이나 줄며 17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소비쿠폰 정책이 단기 부양에 효과가 있지만 국민 세금으로 인위적 수요를 만들어 고용을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이번 고용 통계가 보여준다. 쿠폰이 소진되면 소비는 다시 식고,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임시·단기직 위주의 고용 구조는 청년층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쿠폰 추가 발행’과 같은 미봉책에 집착한다면, 일시적 반등만 되풀이될 뿐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자영업자 빚 탕감이나 지역 화폐 증액 같은 ‘더 센’ 포퓰리즘성 민생 대책을 계속 닦달하고 있다. 빚을 줄인다고, 공짜 현금을 늘린다고 경제 기반이 복원되지는 않는다. 소득과 일자리 불안이 근본 원인인데, 이를 풀려면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이 먼저다. 세금으로 빚을 탕감하고 쿠폰과 지역 화폐를 뿌려대는 방식은 재정 부담만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낳을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층의 절망이 사회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에 속아 감금·폭행당한 한국 청년들 사건은 일자리 부족이 만든 비극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해외 취업 사기에 노출되는 현실이 부끄럽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40만명을 넘은 통계가 말해주듯, 일할 의지는 있지만 기회가 없는 사회다.

민생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쿠폰과 빚 탕감 남발을 접고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고 신기술·신산업에서 청년층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시나브로 떨어져만 가는 이 대통령 지지율도 우상향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일자리의 질이 진짜 성적표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