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끈질긴 설득’ 통했다… 재무부는 초기부터 韓상황 공감

입력 2025-10-16 18:47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은 한국의 외환보유고 상황에 이해가 있던 미 재무부와는 달리 전액 원샷 현금 투자만 고집했던 상무부의 생각을 돌리는 게 관건이었다. 정부는 미 상무부를 상대로 두 달 넘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다르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통상 협상의 주 카운터파트였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는 한국의 유동성 위기 우려를 강도 높게 설득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7월 중순 취임 후 러트닉 장관과 20차례 이상 회동했다. 통상 현안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러트닉 장관은) 일본과 먼저 합의하고 나서 한국도 그 정도 수준을 당연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일본에 취한 입장을 우리에게도 고수했으나 (우리의 설득 이후) 결국엔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일본과 같은 방식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요구대로 합의하면 탄핵’이라는 발언을 하며 강경하게 버티는 동안 김 장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정부의 레드라인을 다각도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세 협상 분위기가 전환점에 들어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협상이 일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걸 미국에 분명히 얘기했다. 미국도 지금은 그 차이를 이해했다”며 미국의 기류 변화를 시사했다.

반면 재무부는 처음부터 한국의 재정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 재무부는 3500억 달러 일시 현금 지급에 따른 한국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환율 변동, 외환시장 안정 등 양국 간 경제 이슈로 기획재정부와 협력을 이어온 상황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내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라면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이미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주요 교역국 중 한국, 중국과의 협상에서 정체를 겪고 있다. 그간 중국과의 협상을 우선했지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한국과의 협상부터 마무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를 방문하면서 정치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