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분양가상한제’ 제외에도… 정비사업 차질 우려

입력 2025-10-17 02:04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전면 유리에 붙은 매물 게시물에 엑스 표시가 돼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로 이날부터 규제지역 대출규제 강화를 적용키로 하면서 매물이 잠긴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날 부동산 매매 계약을 서두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윤웅 기자

10·15 대책이 ‘공급 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보인정비율(LTV) 축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특정 시점 이후에는 주택 처분에 제한이 생기며 정비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이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요조건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LTV는 70%에서 40%로 축소됐고 3년 전매 제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생겼다. 다만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이전과 동일하다. 이주비 대출은 6억원 한도로 제한된다.

이런 조건들은 이주를 앞둔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을 키우고, 조합원의 자유로운 주택 처분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지면서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 조합설립 인가는 전체 재건축 절차에서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조합원당 1주택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 진행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와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건드리지 않았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16일 CBS 라디오에서 “정비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은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인데, 여기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공급 차원에서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한 채를 처분하려 해도 (시점에 따라) 지위 양도가 안 되면 매물이 잠긴다. 이런 조합원이 많으면 반대 의견이 늘어 정비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자금, 거래, 분양 등 정비사업의 핵심 구조를 직접 제약하는 ‘제도적 병목’으로 작용한다”며 “이는 정부가 내세운 ‘도심 공급 확대’와 용적률 상향,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등 공급 촉진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249곳(18만2202가구)이다. 이 가운데 조합설립 인가 전 안전진단 이후 정비사업 구역 지정 단계에 있는 곳은 108개 단지, 11만413가구로 추산된다. 이 단지들에서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약이 생긴다. 정부는 그러나 9·7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간 정비사업 절차·사업성 개선을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 후속 조치를 서두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약속한 대로 정비사업 활성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단축을 행정력으로 뒷받침해주면서 정비사업 조합에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풀릴 걸 기대하고 정비사업을 늦추는 것보다 사업 속도를 높여주는 현 시점을 이용해 빨리 진행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아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 전문위원은 “(LTV 축소로)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지면 강북권에선 정비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