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법사위 보는 두 시선… 여 “스타 등용문” 야 “무덤 상임위”

입력 2025-10-16 18:57 수정 2025-10-16 19:0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6일 열린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의 일방적 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추 위원장이 곽규택 의원의 발언권을 질서 유지 명목으로 제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감사 도중 퇴장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현규 기자

“법사위가 스타 정치인 탄생의 새로운 등용문이 됐다.”(민주당 의원) “법사위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공포의 ‘무덤 상임위’다.”(국민의힘 의원)

22대 국회 들어 법제사법위원회는 얼굴만 맞대면 싸우는 여야 간 전장으로 전락했다. 본회의에 오르는 법안의 최종 심사를 담당하며 일종의 ‘상원’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정치적 체급을 올리려는 의원들의 싸움터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법사위원장 출신인 정청래 대표의 전당대회 승리가 일종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는 계파와 무관하게 ‘정 대표처럼만 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상임위를 정치적 무대로 보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해 불도저식 공세를 퍼붓고 있는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서영교 의원의 행보를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추 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정감사장 이석을 막은 채 의원질의 순서를 강행했고, 서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회동 의혹을 제기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추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서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예정자로 지목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장 경선을 통과해야 하니 당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법사위에서 대법원을 이렇게까지 공격하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강공은 이날도 계속됐다. 법사위는 시작부터 전날 대법원 현장국감 상황에 대한 여야 공방이 이어지며 24분 만에 파행됐다. 추 위원장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초선 의원도 사회 경력이 그만하면 예의를 미리 고지하지 않아도 나올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서 의원은 오후 국감에서 “나경원 의원 앉아. 내가 질의하게” “송석준 국회 선진화법 위반이다” 등 반말 섞인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은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부결시킨 뒤 한 달째 카운터파트 없이 법사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나 의원이 실질적 간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지지층을 의식해 카메라만 돌아가면 간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야당 간사에게 주어지는 활동비 또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개딸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위원장의 일방적 진행, 일부 위원의 발언 수위가 심하다는 데 공감하는 민주당 위원들이 있어도 다들 ‘도저히 말릴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정청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거꾸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법사위를 ‘막장’으로 인식하며 기피하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막중한 업무량 때문에 법사위에 오려고 하는 의원이 없다”며 “요즘엔 질의뿐 아니라 민주당에 맞서 싸워야 해서 더욱 기피 상임위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서는 “법사위에 가면 민주당 의원에게 무시당하고 싸우다 건강까지 악화하는 것 아니냐”며 “(아무도 안 가려고 해)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의미의 ‘무덤 상임위’ 같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최근 한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상임위 교체를 희망했으나 대체자를 찾지 못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민 김판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