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이어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까지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언급하면서 다음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 인상 카드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보유세를 직접 건드리기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세 부담을 가중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차관은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유세를 강화하면 고가주택을 가진 세대는 부담이 생겨 자연스럽게 고가주택 수요가 떨어지게 된다”며 “윤석열정부 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라든지 재산세에 대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나 감정가격을 평가하는 현실화율을 낮춰놔 굉장히 보유세 부담이 낮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그렇게 간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세제 개편 방향으로 본다면 일정 정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차관에 앞서 김 실장도 전날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낮은 건 사실”이라며 “취득·보유·양도 등 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는 크게 종부세와 재산세로 구성된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합산액이 12억원을, 다주택자는 9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납부 대상이다. 개인 기준 2주택 이하자는 최대 2.7%, 3주택자 이상은 최대 5.0%가 적용된다. 재산세는 6월 1일 기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부과된다. 주택 공시가격 기준으로 결정된 시가 표준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이 정해진다.
지난 정권에선 부동산 시장 변화에 따라 보유세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왔다.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을 도입했고 기본세율도 0.2~0.7% 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최고세율을 6%에서 5%로 내리고 과세 기준도 완화했다.
세제 당국으로선 보유세 인상 수준을 두고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세를 올릴 경우 거래 물량은 목표대로 늘지 않은 채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비율을 올려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공정비율의 경우 윤석열정부 이후 80%에서 60%로 내려온 상황이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 정부에서 공정비율도 내린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현재 약 69%밖에 되지 않는다”며 “둘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세수 확보는 물론 부담도 비껴갈 수 있어 충분히 고려할 만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세제 개편이 시행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실거주 요건을 명시하는 등 강력한 수요 관리 카드를 내놓은 상황에서 세 부담 인상이라는 추가 부담을 무릅쓰기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