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가벼워진 최태원… SK ‘경영권 리스크’ 한숨 돌렸다

입력 2025-10-17 00:11

대법원이 16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1조3800억원대 재산분할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SK그룹은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권 리스크’를 일단 덜어내게 됐다.

아직 법정공방이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최 회장의 재산분할 부담이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 회장의 이혼 소송으로 인한 그룹 지배구조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최 회장이 추진해온 그룹 인공지능(AI) 전환과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등 경영 행보에도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SK그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그룹 지배구조와 최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최대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해 5월 2심에서 노 관장에게 줘야 할 재산분할액이 1조3808억원으로 1심(665억원)보다 20배 이상 커지면서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재산분할액 지급을 위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최 회장은 SK㈜ 지분을 17.9% 보유한 최대 주주다. SK㈜는 SK이노베이션(55.9%), SK텔레콤(30.6%), SK에코플랜트(63.2%), SK네트웍스(43.9%), SK스퀘어(31.5%), SKC(40.6%) 등 계열사의 최대 주주인데,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자금 마련을 위해 SK㈜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선고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SK㈜ 주식을 처분할 이유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혼을 둘러싼 리스크에서 큰 고비를 넘긴 최 회장은 AI 전환 행보에 가속 페달을 밟는 동시에 내년 경영전략 수립 등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전후해 ‘퓨처테크포럼 AI’와 ‘SK AI 서밋’ 등 AI 관련 국제 행사를 잇달아 개최한다. 다음 달 6~8일에는 그룹 차원의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열고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 현황도 점검한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당장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뒷받침하고 한·미 관세 협상 지원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경제인 모임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했다. 모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함께한다. 최 회장은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려운 경제 현안이 상당히 많다. 최선을 다해서 우리 경제에 기여가 되도록 열심히 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두고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제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