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20억 위자료 인정… “위자료 책정 기준 영향줄 듯”

입력 2025-10-16 18:39
뉴시스

법조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 이혼소송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20억원 위자료가 확정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재벌 총수 부부 사이 이혼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간 3000만~50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되던 위자료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에 대법원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향후 이혼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서 위자료 책정 기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최 회장이 위자료 판결 확정으로 인해 내야 하는 금액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별도로 진행된 손해배상 재판에서 최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씨가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고, 김씨가 변제를 완료하며 해당 금액만큼의 지급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이례적으로 높은 위자료 액수다. 통상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는 3000만~5000만원, 많이 나와도 1억~2억원을 넘기 쉽지 않았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1심도 위자료는 1억원으로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위자료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년 전 최대 위자료가 5000만원으로 고정돼 있던 시기로부터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위자료 책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법원 근무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이혼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상 위자료에 대해서도 법원이 새롭게 기준을 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는 “위자료 산정에 있어 소송 당사자의 재산 수준을 크게 고려하는 판례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누구와 이혼을 하느냐에 따라서 위자료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크게 늘어난 위자료를 다투는 데 집중할 경우 이혼 후 자녀의 복리와 같이 이혼소송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다른 쟁점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윤준식 양한주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