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AI 비서’ 등 운전자 편의를 넘어 제조 공정 전반에도 AI 기술을 적용해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이다. 다만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론 외부 AI 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차량 디자인 스케치가 가능한 자연어 기반 AI 도구를 개발했다. 이를 차량 설계 과정에 적용하는 시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토요타는 고객 지원 직원이 활용하는 AI 챗봇 ‘에이전트 애스크’(AgentAsk)도 개발했다. 다양한 기술 관련 문서를 학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평균 수리 시간을 기존 3일에서 11분24초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테슬라는 AI로 가상의 주행 환경을 구현한 뒤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해 자율주행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턴 AI 챗봇 그록을 일부 차량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그록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AI 스타트업 xAI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CLA에 음성 인식 시스템에 챗GPT를 연동한 서비스를 탑재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디트로이트 전기차 전용 공장 ‘팩토리 제로’에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누수를 확인하고 금속 부품의 손상을 찾아낸다. 도장 불량 상태를 감지하기도 한다. BMW는 작업자의 가상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비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월 AI 전문 연구소 ‘AI랩’을 설립하고 신차 개발, 인포테인먼트, 충전 인프라 등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만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부 AI 모델에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AI 모델을 활용하는 게 당장 비용 측면에선 이득이지만, 차량 시스템과의 통합에 제약이 불가피하고 데이터 관리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는 범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내재화해 대외 교섭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자체 AI 개발에 적극적이다. BYD(비야디), 샤오미, 지리자동차 등은 자체 AI 개발에 나섰고, 창안자동차는 개발 환경을 구축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챗GPT를 활용하면서 자체 생성형 AI 모델 ‘글레오’를 개발하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