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808억 재산분할 파기 환송… “노태우 비자금은 불법 뇌물”

입력 2025-10-16 18:41 수정 2025-10-17 00:07
뉴시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약 1조3808억원을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으로 판단한 2심 판결이 파기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대법원은 노 관장의 부부 공동재산 기여분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1심에서 배제됐던 최 회장의 SK㈜ 지분 자체는 부부 공동재산으로 봤다. 이에 따라 향후 파기환송심을 거친 최종 재산분할액은 1심(665억원)보다는 많고 2심보다는 적은 범위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재산분할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뇌물’에 해당하므로 재산분할 기여 내용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746조는 불법 취득한 재산은 반환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이혼 재산분할 청구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일부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며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해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비자금은 2심에서 최 회장의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1991년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전달된 노 전 대통령 비자금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 등 무형적 지원이 SK㈜ 주식의 형성과 가치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K㈜ 주식을 포함해 부부의 공동재산을 약 4조원으로 판단하고 그중 35%인 1조3808억원을 노 관장 몫으로 인정한 것이다.


반면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 전부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이나 혼인 중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법원은 최 회장 SK㈜ 주식이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SK㈜를 포함한 두 사람의 공동재산 규모부터 비자금이 제외되면서 줄어든 노 관장의 기여를 반영한 재산분할 비율까지 재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 재산분할액은 1심과 2심 사이의 범위에서 인정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또 최 회장이 2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이미 처분한 재산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친인척 등에 증여한 SK㈜와 SK C&C 주식, 동생에 대한 증여와 급여 반납으로 처분한 금액 등 약 927억원이다. 대법원은 이 금액이 경영권·지배권 확보나 경영활동의 하나로 행한 처분이므로 부부 공동재산 범위 내에서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선고 후 “노태우 정권 불법 비자금 부분에 대해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선언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