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에서만 할 수 있었던 장기기증 희망등록 신청이 주민센터와 운전면허발급기관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뇌사판정 시에만 가능했던 장기기증도 연명의료중단 후 심정지 사망(순환정지)의 경우까지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16일 발표했다.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신분증을 발급하는 주민센터, 도로교통공단 등을 기증 희망등록기관으로 지정해 등록기관 수를 지난해 기준 462곳에서 2030년 904곳으로 배 가까이 늘릴 방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에선 연명의료중단 상담 시 장기기증 관련 기관의 연락처 등만 안내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증 희망등록도 함께 접수토록 한다.
현재 국내 장기기증은 뇌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증을 희망하는 연명의료 중단자의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이라는 새 활로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이나 스페인 등 이식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방식으로 이를 위한 법 개정에 착수한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환자에게서 생명유지 장치를 떼면 심정지 상태가 되는데, 비접촉 시간 ‘5분’이 지나도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심장사로 인정하고 장기를 적출한다”며 “이식 대기자와 이식자 간 큰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뇌사판정 절차도 개선한다. 미국이나 스페인과 달리 우리나라는 뇌사판정 시 뇌파검사가 필수이고, 비의료인이 참여하는 뇌사판정위원회도 별도로 두고 있다. 이 절차가 간소화된다면 장기기증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이식을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뇌사 추정자 상담·신고에 관한 수가와 기증자 관리료 등 뇌사 관리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뇌사 추정자가 발생할 경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유선이나 문자가 아닌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쉽게 알리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현재 신장·간·심장 등 16종으로 정해둔 장기 외에 이식 가능한 새 장기 지정도 검토한다. 검사비, 입원비 등을 수혜자가 전액 부담하는 조혈모세포는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체조직의 경우 국내 기증 활성화를 위한 인식 개선에 나선다.
병원 등에 기증자 현판(가칭 ‘기억의 벽’)을 설치하고, 기증 유가족에 대한 민간 주도의 현물 예우 등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