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탄 자동차株 질주… ‘4000피’ 돌파 가시권

입력 2025-10-17 02:04

한·미 관세협상 타결 기대감에 자동차주가 급등하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16일 코스피가 처음으로 3700을 돌파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4000피’(코스피 4000)를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일관된 증시 부양 의지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9% 오른 3748.37에 마감하면서 4000까지 251.63포인트만 남겨뒀다. 이날 종가에서 6.7% 더 상승하면 된다.

관세협상 관련 긍정적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주가 크게 올랐다.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8.28%, 기아는 7.23% 상승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는 25%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15%와 비교해 불리하다. 관세협상이 타결되면 경쟁국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에 대해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 시장 점유율 증가와 영업환경 개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등 모멘텀이 부각돼 기업가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84% 오른 9만7700원에 마감하며 2021년 1월 11일 이후 4년9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단 하루(10월 13일)만 빼고 모두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가를 주당 13만원까지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기)에 접어들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I 생태계 확장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다변화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7.10% 오른 45만2500원에 마감했다.

협상 타결 임박 소식에 이날 원·달러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4원 내린 1417.9원에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20원 선을 밑돌면서 외국인 수급과 증시 불확실성을 줄여줬다”고 말했다. 환율이 내려가면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한국 주식이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어 통상 코스피에 호재다. 자동차주와 함께 에코프로머티리얼즈(26.04%) 포스코퓨처엠(9.93%) LG에너지솔루션(8.80%) 등 이차전지주가 동반 상승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가 재확인된 점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뒷받침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정한 정부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25% 정도로 낮춰야 배당을 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약 5600억원, 5000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은 1조원 넘게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