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수 세우는 교육교회 롤모델을 꿈꿉니다”

입력 2025-10-20 03:07
장주창 세대로교회 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교회 야브네홀에서 목회 방향을 말하고 있다. 장 목사 뒤로 교회의 목표를 담은 ‘세대로 가족 찬양’ 가사가 적혀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세대로교회(장주창 목사)는 지난 주일 “묵은 땅을 기경하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마침내 여호와께서 오사 공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라는 호세아 10장 12절 말씀을 전 교인이 함께 묵상했다. 이후 한 주간 부모들은 자녀에게 “씨를 심어 열매 맺으려면 굳은 땅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거나 “말씀의 꽃이 피고 열매 맺히는 부드러운 마음이 되렴”이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세대로교회가 주보와 함께 교인들에게 나눠준 ‘오렌지 가정예배’ 안내서 속 내용이다. 세대로교회는 ‘오렌지 원리’를 바탕으로 부모 중심 신앙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교회의 진리를 의미하는 ‘노란색’을 통합해 오렌지색으로 표현했다. 가정과 교회의 에너지를 모아 다음세대의 신앙교육을 함께 책임지고 그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원리다.

세대로교회는 이름 그대로 ‘세대에서 세대로’ 신앙을 잇는 공동체다. 교회가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히 예배의 세대통합을 넘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복음을 체험하며 신앙을 대물림하는 ‘교육교회’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장주창(51) 목사는 이 사명을 “작은 예수 세우는 교육교회의 견본주택”이라고 표현했다.

장 목사를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의 교회 사무실인 야브네홀에서 만났다. 세대로교회는 정통교회처럼 십자가가 세워진 교회 건물이 따로 없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배명고 강당을 빌려 주일예배를 드린다. 양승헌 원로목사 때부터 이어진 목회 철학의 결과다. 건물보다는 다음세대에 신앙을 계승해 내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장 목사는 2002년 세대로교회에 부임했다. 파이디온선교회를 이끌던 양 목사가 새로 개척한 교회에 합류한 것이다. 이후 20여년 동안 부목사로 사역하며 양 목사의 비전을 체계화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양 목사가 은퇴한 지난해 장 목사는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하며 양 목사 사역 바통을 이어받았다. 장 목사의 말이다.

“세대로교회는 처음부터 색깔이 뚜렷했습니다.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물려주는 일을 교회의 첫 사명으로 여겼죠. 지금도 그 방향은 변함없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믿음이 다음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대로교회의 핵심은 세대통합예배다. 아이와 부모, 어르신이 한 공간에서 같은 본문으로 예배드리고, 이후 각 부서에서 나이별 교육을 이어간다. 장 목사는 “예배 후에도 가정 안에서 신앙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세대로교회 새가정부 교인의 가족사진. 세대로교회 제공

세대로교회는 오렌지 가정예배 외에도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예수마을’ 셀 모임 등을 운영하며 가정 중심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온라인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며 가정이 다시 예배의 중심이 되는 경험도 했다.

장 목사는 “세대로교회의 예배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사역이 아니다”며 “아이들과 ‘함께’, 나아가 아이들에 ‘의해’ 어른들도 은혜받는 구조다. 순수한 아이들의 찬양이 오히려 어른들의 신앙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교회는 이 같은 목회 철학을 다섯 가지로 형상화했다. 오렌지, 바통, 미어캣, 바나나 나무, 앨버트로스 새이다. 오렌지는 가정과 교회의 협력을 의미하며, 바통은 바른 믿음을 대물림하는 신앙의 계승을, 미어캣은 함께 자녀를 돌보는 가족공동체를 의미한다. 바나나 나무는 새순을 먼저 세워놓고 열매 맺어 죽는 바나나 나무처럼 다음세대를 세우는 데 헌신하는 교육공동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앨버트로스는 인간의 노력보다 살아 계신 예수님이 불어주시는 바람에만 의지해 멀리 날아오르는 신앙공동체를 상징한다.

장 목사는 “우리 힘으로 애쓰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바람을 타는 신앙을 교인들에게 권면한다”고 부연했다.

5대째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란 장 목사가 처음부터 목회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청년 시절 이주노동자 선교 사역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신학의 길로 들어섰다. 2000년 디아스포라 몽골 네트워크(DMN)를 공동 설립해 한국과 몽골, 각지의 흩어진 몽골인을 섬겼다. 그의 말이다. “당시 모교회인 장충교회 근처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았어요. 필리핀 튀르키예 몽골 등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선교의 부르심을 느꼈죠.”

장 목사는 2012년 미국 댈러스신학대와 바이올라대 탈봇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며 ‘신앙 계승과 아버지의 역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정이 교회의 연장이 돼야 합니다. 자녀의 신앙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존재는 부모지요. 교회가 부모를 훈련하고, 그들이 신앙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 목사는 교회를 “작은 예수들이 자라나는 하나님의 가족”으로 정의했다. “예수님 닮은 제자인 작은 예수로 세워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대 간 신앙이 단절되지 않고, 천대까지 이어지는 복음의 명문 가문을 세우고 싶습니다.”

그는 세대로교회를 “신앙 계승을 실천하는 견본주택으로 세워가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교회가 세대통합 목회의 모범사례가 되어 한국교회에 퍼지길 바랍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복음을 경험하고, 그 믿음을 다음세대에 온전히 전해주는 교회, 그것이 세대로교회의 꿈입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