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술을 끊지 못해 죄짓는 것 같아요

입력 2025-10-20 03:05

Q : 술을 못 끊어서 죄짓는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A : 술을 ‘안’ 끊었다고 하기보단 ‘못’ 끊었다고 말씀하시니 매우 솔직한 고백으로 들립니다. 많은 노력을 하셨을 텐데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정신과 의사이자 신학자인 제럴드 메이는 중독의 특성을 사용량이 증가하는가, 중단하려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가, 중독을 지속하기 위해 합리화와 자기기만을 하는가, 의지가 약한가, 그리고 중독된 대상에 지나치게 주의를 집중하는가로 설명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분들은 “내가 못 끊는 게 아니라 안 끊는 거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독 상태를 부인하는 말입니다. 중독이 아니라면 오늘 당장, 지금, 딱 끊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습니까. 그런데 질문을 주신 분은 가장 어려운 첫걸음 “나는 술을 못 끊는다”고 고백하셨으니,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은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중독은 죄일까요. 장 칼뱅에 따르면, 죄란 하나님의 주권을 거부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려는 상태입니다. 또한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타인과의 관계가 파괴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만약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무너졌고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면 거짓과 기만으로 자신을 속이고 무엇보다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면 중독은 죄의 양상을 지닐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요. 우리가 하나님께로 돌아와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가능하다면 술을 완전히 끊고 온전한 회복을 이루기를 바라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라도 우선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기뻐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와의 멀어진 관계 때문에 가장 먼저 슬퍼하실 분입니다. 우리 삶에 개입하셔서 치유와 회복을 이루고 그 가운데 하나님의 의로움이 드러나길 바라십니다. 술 문제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매개체가 아닌 오히려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는 여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푸름 치유상담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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