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청장년층 교회 이탈 흐름 속에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있어 조부모 세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중요성만큼 시니어가 신앙 전수 역할을 잘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사역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국내외에선 시니어와 손자녀를 잇는 세대통합형 사역을 확대하고, 조부모를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와 가정이 ‘다음세대 신앙 놀이터’가 되도록 신앙교육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세대통합교육 운동의 확산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세대 간 신앙 단절 위기가 먼저 찾아왔다. 이에 매트 마킨스와 공동 설립자 론 헌터에 의해 ‘신명기 6장(D6)’을 바탕으로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힘을 싣자는 D6 운동이 시작했다. 부모, 조부모가 자녀 신앙교육의 주체가 되고 교회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D6 커리큘럼은 현재 20여개국에 퍼졌다.
이 운동은 국내에도 확산하고 있다. 수원풍성한교회(김병호 목사) 하늘성교회(이성섭 목사) 포천송우교회(양정택 목사) 등 100여 교회는 D6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마련된 3세대 통합 커리큘럼으로 매년 여름 세미나·워크숍을 진행하는 ‘D6 콘퍼런스’를 연다.
서울 충신교회(이전호 목사)는 2017년부터 이 커리큘럼을 활용한 ‘좋은 조부모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니어를 신앙 전수의 주체로 세우는 ‘조부모 리더십 교육’ ‘노년의 감사와 은혜 찾기’ ‘믿음의 가계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필사해 나누는 ‘가정예배지 프로젝트’도 실시했다.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 세대 격차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도우려는 한국교회 내 노력도 다양하다. 경기도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시니어 부서 ‘뉴시즌’은 5년째 조부모 신앙교육을 위한 부흥회와 특강을 진행한다. 올해는 청소년 사역자를 초청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본 신앙전수’를 주제로 시니어 언어 훈련을 진행했다. 이전에는 시니어와 주일학교가 한 팀이 돼 게임을 즐기는 ‘해피테이블’, 세대별 사진을 찍어 액자로 제작하는 ‘그랜드 사진 콘테스트’ 등의 행사가 있었다.
서울 주님의교회(김화수 목사)는 2022년부터 유바디교육목회연구소와 함께 9주 과정의 시니어 프로그램 ‘꿈꾸는 3막’을 운영한다. 손자녀에게 물려줄 신앙 유산을 정리하는 버킷리스트 작성과 같은 활동이 포함된다.
“놀이형 신앙교육 등 실질적 훈련 시급”
다만 대부분 개별 교회 차원의 노력에 그치고 있어 대다수 가정과 작은교회까지 확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조부모가 손자녀와 자연스럽게 신앙을 나누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1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교회에서 활발히 운영 중인 아버지 어머니 학교처럼 시니어 세대 신앙전수 훈련 과정으로 조부모 학교와 3대 캠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대학교수선교회(전대선) 시니어위원장을 맡은 그는 “앞으로 구체적인 교육모델 개발에 앞장서 완성 모델을 교회와 단체를 통해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사진 앨범 만들기, 창세기 질문 놀이, 믿음의 가계도 그리기 등 체험형 커리큘럼이 한 예시다.
신앙의 내용을 재미있는 이야기와 놀이처럼 전달할 수 있는 언어와 문화도 중요하다. 곽상학 다음세움선교회 대표는 “조부모는 교회와 가정에서 신앙 교육을 손자녀와 즐겁게 경험을 만들어가는 신앙놀이터처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 ‘드라마로 드리는 가정예배’를 예로 들며 “짧은 기도와 찬송, 대화하듯 읽는 성경, 가족 참여 놀이를 결합한 드라마형 예배는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조부모가 이야기꾼이 돼 옛날이야기처럼 성경과 신앙 간증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를 모르면 대화 자체가 단절된다”며 “손자녀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이해하고 그 언어로 질문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이해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아이들의 질문에 변증으로 답할 수 있는 신앙 사고 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